1. 리걸테크와 AI
최근 지능정보기술 의 발달로 기존 법률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기존에는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법률, 의료 등 전문서비스 분야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법률검색, 변호사 찾기, 증거 제시, 온라인 통합 법률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퍼지며 시장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역시 ‘리걸서치’(지능형포탈 법률검색 서비스), ‘로톡’(변호사 찾기) 등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법률 상황에서 리걸테크는 한단계 발전하여 인공지능(AI)활용 법률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는데요. 먼저 리걸테크란 ICT를 활용해 의뢰인의 변호사 검색, 상담 신청이나 법조인의 법령 검색, 업무 처리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또한 리걸테크는 ICT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산업을 아우르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법률서비스에 ICT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 리걸테크(Legaltech)에서 인공지능(AI)활용 법률서비스로 확장>
인공지능 법률서비스는 기존 리걸테크의 접근성, 효율성, 고객경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도화될 전망입니다. 머신러닝의 특성상 더 많은 법령 정보가 누적될수록 더 고도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법조인이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보조역할로 시작하여 향후 부분적으로 변호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활용 법률서비스의 기대효과>
2. AI 적용 사례: 미국의 Fiscal Note
1) 개요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비상장 소프트웨어, 데이터 및 미디어 회사로 Timothy Hwang(티모시 황), Gerald Yao(제로디 야오), Jonathan Chen(조나단 첸) 이 2013년 설립했습니다. 핵심 수익창출제품인 FiscalNote(피스컬노트) GRM(Government Relationship Management) 서비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도구 및 플랫폼, 데이터 서비스 및 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법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법안 예측, 정책 분석,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현재 입법정보와 규제정보 데이터 및 여러 변인들을 결합하여 입법 통과율, 의사결정 지원 분석을 제공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사법 영역까지 진출할 계획입니다.
주요 고객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 기관과 사우스웨스트항공, 네슬레, 테슬라 등 대기업 등이고 고객들은 세계 주요 국가에 어떤 법안이 발의됐는지, 해당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법 시행 이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파악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GRM은 수천 개의 연방, 주 및 지방 기관의 법률, 규정 및 정부 서류를 집계하고 인공 지능을 사용하여 구조화하고 정상화하며 정부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개인화된 데이터 피드를 기업에 제공합니다. 법률 및 정책 데이터와 통찰력을 제공하는 선도적인 글로벌 기술 제공업체인 것입니다.
AI 기능, 전문가 분석, 입법, 규제 및 지정학적 데이터를 결합하여 조직이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활용하는 방식을 재창조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계를 형성하는 정책, 사람 및 지정학에 대한 투명성을 제공하는 열쇠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FiscalNote기술은 특허 기술, 전문가 분석 및 AI 기반 데이터를 통해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서 정부 기관, 대기업(Fortune 100대 기업의 절반 이상 포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5,000개 이상의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2) 분석플랫폼 구조
제공하는 분석서비스는 「입법정보」를 분석하는 ‘프로퍼시(Prophecy)’와 「규제정보」를 분석하는 ‘소나(Sonar)’로 분류되며, 상하원 의원들의 영향력을 분석한 정보도 제공합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과거 법률 데이터 및 자체 분석 서비스 ‘프로퍼시’, ‘소나’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데이터가 쌓일수록 분석 결과 데이터의 질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 (프로퍼시) 정부와 연방의 법률을 추적·모니터링·예측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여러 입법 관련 데이터를 모아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하여 효율적인 의사 결정 지원. 미국 상임위원회 및 본회의에서 상정된 입법안을 분석하는 피스컬노트의 입법안 통과 예측 정확도는 94%(자체 평가)에 근접. 정당, 의원, 선거구 등의 요인을 조합하여 특정 의원이 특정 법안 발의시 통과 확률 분석.
- (소나) 사용자가 연방의 모든 규제 활동과, 관련법 진행 내용을 검색·추적·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 규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원)와 연방 정부의 발언 데이터를 분석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소송사건표(docket) 데이터를 수집. 발언 내용 분석을 바탕으로 지지자/반대자 및 감성 표현을 데이터 그래프로 표현.
3. 우리나라 AI 활용 수준과 과제
1) 한국의 AI 활용 현황
지능형 입법 시스템 “아이로”가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2007년부터 법무부 법무실에서 추진한 ‘민상사 입법지원 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며 똑똑한 법이란 뜻의 영어 ‘인텔리전트 로’(intelligent law)의 줄임 말인데요. 우리나라의 민사와 상사 법제를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키고자 국내외 법제 연구 및 조사를 지원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표방하였습니다. 입법실무상 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된 것으로 실제 다양한 서비스들은 국회입법조사처의 입법조사회답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시각화 정보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로는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2016년에 폐기되었고, 법무부는 서비스 시작 당시 “독자적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아이로 개발 관련 특허 5건을 출원하고 5건을 등록했다”며 “국내 법령 10만7344건, 독일 법령 6331건, 영국 법령 2만825건, 프랑스 법령 44만383건, 국내 판례 6만8324건, 국내 법학논문 7만561건, 법무부 발간 자료 1560건이 축적돼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아이로를 개발하기 위해 법무부는 총 43억원을 투입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실패 요인으로는 ①법률 의미가 없음, ②빅데이터, 데이터 마이닝 없이 단순 코드 엔지니어링만 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이용률이 낮았던 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기본적으로 한국의 법률 체계 안에서 법안 및 회의록 등 기타 의안정보의 데이터로서 활용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어떤 용어/문장/조문 체계를 활용할 것인지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연어 처리와 사용되는 용어 및 문장간 상관관계를 머신러닝 등의 방식으로 학습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하는데요.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법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본적으로 의회 및 입법기관들의 제반 의안 정보들을 데이터 셋으로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보 는 PDF 파일 형태로 업로드 됩니다. 공개 양식도 검색과 필터링, 정렬 등이 불가능한 표 형태로 올라오며 해당 사항의 내역을 보기 위해선 다운로드 받은 PDF 파일을 csv 파일로 변환하고, 구조화된 형태로 정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공의 법무 플랫폼 관계자들은 데이터 개방의지도 미미합니다. 비정형데이터를 정형화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번거로움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에 대한 두려움, 또한 국적법 같은 경우 일부 법조문 해석의 문제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법 역시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변호사법34조에 의하면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과 사건 중개, 알선 등의 동업을 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됩니다. 온라인 플랫폼과 변호사의 결합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죠.
2) 시사점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직접적인 법적판단 결과를 제시해 준 다기보다는 관련 정보들을 우선순위로 배열하여 보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인간인 분석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발의 및 제출된 법(령)안의 추적, 그리고 국회의원(입법자)들의 담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6,000개 이상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있으나 2020년 설립된 리걸테크산업협의회에 참여하는 국내 리걸테크 업체는 약 30개뿐이라고 법률플랫폼 ‘로톡’의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안기순 변호사는 관련 산업의 발전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대전지법 권보원 판사는 “법관 1인당 업무량 과다로 인해 사건 적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일부 영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건국대 이상용 교수는 “법률 인공지능은 정보비대칭을 해소하여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킨다는 장점이 있다”며 “법률서비스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의 맥락에서 규제 완화가 논의되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FiscalNote(피스컬노트)처럼 AI활용법률서비스가 한국에 정착하기 다소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한국의 법률 인공지능 활용 단계를 ‘설명-진단-예측-처방’의 4단계로 본다면 현재는 ‘설명’ 단계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법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갖추고 이를 활용해 법안 예측, 정책 분석,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FiscalNote(피스컬노트)의 단계가 ‘처방’에 이르렀음을 상기해 본다면, 서비스수준 격차가 아주 크게 벌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첫째, 관련 규제완화와 둘째, 관보데이터 개방이 중요합니다. 이 두가지가 AI 활용법률서비스의 발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인 것입니다.
참고문헌
- 국회입법조사처, 「업무의 인공지능(AI) 도입 가능성 연구」, 2019
- 정보통신신문, “‘내 변호사는 인공지능’, 리걸테크가 뜬다”, 2021, (2022년 11월 15일 최종검색) 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790
- 헤럴드경제, “[법무부 ‘아이로’ 폐쇄] 스리슬쩍 문닫은 43억 ‘법률 사이트’”, 2016, (2022년 11월 15일 최종검색) http://mbiz.heraldcorp.com/view.php?ud=20160304000368
- 법률저널, ““인공지능‧AI,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미래 법률서비스 좌우”, 2022, (2022년 11월 15일 최종검색),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9046
- NIA, ‘[A.I.Plus] 미래사회에 지능을 더하다: 인공지능이 바꾸는 법률 서비스’, 2017, https://www.nia.or.kr/site/nia_kor/ex/bbs/View.do?cbIdx=82618&bcIdx=18761&parentSeq=18761
- NIA, ‘[지능정보기술선진사례 30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지능정보기술’, 2016, https://www.nia.or.kr/site/nia_kor/ex/bbs/View.do?cbIdx=39485&bcIdx=17351&parentSeq=17351
- FiscalNote 홈페이지, Global Policy and Market Intelligence | FiscalNote, (2022년 11월 15일 최종검색)
- Board.org 홈페이지, Home – Board.org, (2022년 11월 15일 최종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