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언론사에게도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언론사중 하나인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선두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수개월간의 고민끝에 내린 결정은 페이지뷰나 조회수와 같은 정량지표에 치중하기 보다는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인 ‘퀄리티 저널리즘’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전략적 선택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언론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결과 뉴욕타임스는 2020년 2분기 디지털 구독 부문 매출이 1억 8,55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종이신문 매출을 앞서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또한 2022년 2월, 디애틀랜틱미디어(The Athletic Media Company)를 인수한 후 구독자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원래 목표인 2025년보다 2년 빠른 2023년 4분기에 유료 구독자수 1천만명을 돌파하였다. 2023년말 기준 총 1,036만명의 유료 구독자중 디지털 전용 구독자 수는 약 970만 명이며 그중 422만 명이 번들 및 멀티 프로덕트 구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의 게임 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은 뉴욕타임스의 다양한 구독 상품 중 두 번째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할 만큼 인기가 높다. 게임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뉴욕타임스는 외부에서 게임 전문가를 영입하고 게임 부문 투자를 강화하면서 ‘커넥션’, ‘워들’, ‘스펠링비’ 등 다양한 게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0년 말 기준 뉴욕타임스의 게임 구독자는 84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수치이다.
이외에 뉴욕타임스는 2020년에는 장문의 뉴스 콘텐츠를 오디오북과 같은 형태로 음성 서비스하는 오드엠(Audm)을 인수하고 2021년 10월 통합 오디오 저널리즘 및 스토리텔링 서비스인 뉴욕타임스 오디오(New York Times Audio)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 1천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전통적인 언론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세부 추진 방향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생성 AI 전담 조직 신설이다.
인공지능은 저널리스트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생성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내부에 생성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조직문화 개선, 인공지능 시대 저널리즘 역할 재정의, 머신러닝 기반의 페이월 고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편집 책임자라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고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의 편집자인 잭 수워드(Zach Seward)를 책임자로 영입했다. 잭 수워드는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으로, 2012년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전문매체인 ‘쿼츠’를 공동 창립했다.
그는 생성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하여 보도와 독자들에게 뉴욕타임스를 보여주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NYT 뉴스룸 내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사례를 발굴하여 생성 AI 시대에 맞는 언론사의 역할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생성 AI 시대에 맞는 언론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동시에 여전히 저널리즘에서 인간의 전문성과 판단의 가치를 강조하며, 사람에 의해 저널리즘이 계속 수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 역시 강조하고 있다.
둘째, 머신러닝을 활용한 페이월 고도화이다.
뉴욕타임스는 생성 AI외에도 ‘Dynamic Meter’라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무료 온라인 기사를 검색할 때 어떤 독자가 자사 웹사이트를 구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를 파악하고 있다. 처음에는 구독 신청을 유도하기 전에 비구독자에게 몇 개의 기사를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타임스는 Dynamic Meter를 통해 특정 독자 그룹에게 임의의 수의 무료 기사를 제공한 후 계정을 만들거나 구독료를 지불하라는 메시지를 표시하는 일련의 무작위 대조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을 통해 뉴욕타임스는 특정 비율의 사용자층의 참여율을 관찰한 다음, 이러한 결과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Dynamic Meter를 학습시켰다.
뉴욕타임스의 페이월 전략은 ‘구독모델 퍼널’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퍼널의 맨 위에는 아직 뉴욕타임스 계정이 없는 미등록 사용자가 있다. 중간에는 뉴욕타임스 회원 등록은 했지만 유료 구독자는 아닌 등록 사용자가 있고 맨 마지막에는 유료 구독자가 존재한다.
Dynamic Meter는 무료로 제공하는 기사를 다 읽은 온라인 독자에게 '액세스를 차단하고 계정을 만들도록 요청하는 ‘등록 벽'을 표시하도록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더 많은 무료 콘텐츠에 액세스할 수 있으며, 등록 ID를 통해 사용자의 활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후 등록된 사용자가 기사 읽기가 제한되는 미터 리밋에 도달하면 구독 제안이 포함된 페이월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페이월 출시 당시에는 모든 사용자에게 미터 한도가 동일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이내믹 미터’를 사용하여 개인화된 미터 한도를 설정하고 페이월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흐름을 보면, 뉴욕타임스가 전통적인 언론사에서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기자들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근무하는 사실상 기술 회사로 거듭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년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언론사로 꼽힌 뉴욕타임스가 AI 시대를 맞아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