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거버넌스 2부 - 누가 책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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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거버넌스 2부 - 누가 책임지는가?
  • 이진우 부사장
  • 승인 2019.11.25 04:12
  • 조회수 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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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거버넌스의 현실

미래 경쟁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고 전략적 자원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에서 실질적 효과가 있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로 인하여 데이터 거버넌스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수긍하지만 막상 책임지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누군가 데이터 거버넌스를 하면 이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강하지만 선뜻 나서서 이를 수행하려고 하지 않는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데이터 거버넌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데이터 분석가들이다.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아 분석을 수행할 수 없고, 어렵게 분석을 진행하여도 잘못된 데이터로 인하여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데이터를 사용하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데이터 분석가의 신뢰 또한 떨어진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가들이 앞장 서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추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가들은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권한이 부족하다. 이들은 통계적 분석에는 능숙하지만 데이터를 통제하고 다루는 IT 기술이나 경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또한 외부에서 영입한 분석가들은 업무에도 익숙하지 않고, 조직 전체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책임이나 권한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시작한 데이터 거버넌스 작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일이 발생한다.

 

데이터 책임 소재의 전환

전통적으로 데이터에 대한 관리 책임은 IT에게 있다. 업무 시스템과 이의 작동에 필요한 DB의 관리가 IT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의 조회 및 보고서 등의 제공이 대부분 IT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단위 시스템의 입장에서 해당 업무에 최적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전체의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 분절된 업무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계하여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조직 전체의 데이터가 외부 데이터와 결합하여 활용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위 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영에만 관심이 있는 IT가 책임지고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행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시스템의 운영에 책임이 있는 CIO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업무 시스템의 정상적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기에는 부족하다.

데이터의 안정적 관리가 아니고 전략적 활용을 위해서는 실무 현장에서 데이터 요건을 절실하게 느끼는 현업의 감각이 필요하다. 기존 시스템에 존재하는 데이터 이외에 어떤 데이터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어떻게 조합하여 효과를 낼지를 현업은 현장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은 심화되는 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현업의 절박한 요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데이터 거버넌스에서 현업이 배제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오히려 현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만 데이터 거버넌스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데이터의 종합적 활용 필요성이 제일 먼저 발생하는 곳은 마케팅 분야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과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관련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연결하여 전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데이터를 모아 놓고 보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이나 상품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법이 상이하여 연결이 되지 않고, 분석에 필요한 항목이 누락되어 있거나 엉뚱한 데이터가 들어 있는 경우도 발견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팅 인력이 중심이 되어 데이터를 정제하고 활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마케팅과 관련된 데이터에 국한되고 그나마 사후적인 대응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종합적인 데이터 활용은 마케팅뿐 아니라 수익성 분석, 위험 관리, 미래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해당 분야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정제하고 결합한다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기준이 달라 상반된 데이터가 도출된다. 결국 누군가 전체 데이터를 통합적 관점에서 통제하고 조율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요건을 충분히 숙지하면서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도출해야 한다. 이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업의 관여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IT가 아닌 현업 관점에서 데이터를 전담하는 임원인 CDO(Chief Data Office)를 임명하거나 현업 중심의 데이터 거버넌스 부서를 만드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3가지 역량

데이터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역량은 데이터를 다루는 IT 기술이다. 데이터의 수집, 연결, 전환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구조, 표준, 흐름에 대한 기술을 숙지하고, 운영 중인 시스템을 대상으로 충분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두번째이면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업무에 대한 이해력이다. 현장에서의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한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략과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업무와 시장 흐름에 정통하면서 데이터의 속성을 파악하여 이를 실전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데이터 분석 역량이다. 통계적 기법을 통해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모형으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3가지 역량을 모두 갖춘 인력은 드물다. 현업은 IT에 익숙하지 않고, IT는 통계적 분석이 생소하며, 분석가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성패는 데이터나 기술이 아니라 이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는 적절 인력의 확보에 달려 있다. 하지만 내부에는 준비된 인력이 부족하다. 데이터 거버넌스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관련 업종에 대한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데이터 전문가도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최적의 데이터 관리 방향을 찾아내기 어렵다. 오히려 업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현업에게 IT와 분석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데이터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조직에서는 이미 이러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역할과 책임

데이터는 조직 전체에 흩어져 있고, 이의 활용도 여러 업무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조직 전체 업무를 대표하여 데이터를 조율하는 현업 중심의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에 필요한 요소인 RAEW(Responsibility, Authority, Expertise, Work) 중에 RA에 해당하는 책임과 권한은 현업에게 있다. 즉 데이터 오너십(Ownership)은 현업에 있어야 효과적인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업은 IT나 분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EW에 해당하는 전문성과 작업은 IT와 분석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데이터 스튜어드십(Stewardship)은 IT와 분석가에게 분산될 수 밖에 없고 이를 통해 신속한 데이터 대응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현업, IT, 분석가 모두가 필요하다.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더라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하면서 조직 전체에서 데이터 활용이 극대화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목표와 역할이 조직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데이터 관련자 간의 활발한 협력과 교류가 이루어져야 데이터 거버넌스도 성공할 수 있다.

재무, 인사, 마케팅 등이 특정 부서가 아닌 전 조직에서 이해하고 수행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는 것처럼 데이터도 이제는 조직 전체가 알고 활용해야 할 자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전문인력이 아닌 조직 구성원 모두가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 거버넌스 또한 특정 부서의 책임이 아닌 조직 전체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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