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은 어디에나 있다
[그림 1]에는 세 가지 심볼이 표시되어 있다. 공통점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언어, 지역,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다. 의미를 이해하는데 장벽이 없는 디자인(barrier-free design)의 예이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에도 적용된다. 사용자특성에 따라 차별 대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반영한 것이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포용디자인은 특정 사용자를 위한 솔루션을 별도로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사용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계단의 턱을 없애고 경사면으로 설계했다면 이는 하나의 길로 모든 사람이 다닐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위하여 별도 이동 장치를 추가했다면 이는 포용디자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이라는 생각으로, 장애 유무나 연령, 문화권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누리도록 제품, 공간, 서비스 등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언어, 문화, 신체적 장애 등의 제한 없이 모든 사람이 제품이나 서비스, 공간 등을 사용할 때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가속화되는 고령화와 세계화로 하나의 사회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되면서, 유니버설디자인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면 장애인과 고령자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경감시켜준다. 계단의 단차, 통로의 너비, 엘리베이터 버튼의 위치 등은 이들에게 보행 경험을 좌우하는 요소다. 작은 차이가 ‘보행’이라는 액티비티에 대한 barrier의 높낮이를 결정짓는 것이다.
장애인과 고령자가 느끼는 일상에서의 barrier는 디지털 디바이스 및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 고객은 디지털화 된 서비스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18 디지털정보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7세 이상의 일반국민과 비교했을 때 만 55세 이상의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3.1%로 나타났다.
PC 및 모바일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장노년층은 90.1%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장노년층은 50%에 불과했다. 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 역시 62.8%에 그쳤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이나 어플리케이션 사용 법을 익히려는 노력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일상 생활에서의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를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고 한다. 디지털경제로 진화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이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유니버설디자인 제도
국회는 2019년 11월, ‘국가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제32조 제1항에서 장애인과 고령자 등의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국가기관 등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고령자 등이 대통령으로 정하는 유·무선 정보통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참고: 국가정보화기본법은 2020년 5월에 지능정보화기본법으로 전면 개편되었음). 동 법 제32조 제5항에 따라 장애인 및 고령자의 정보통신서비스와 제품의 접근성을 위한 규정(‘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 제2017-7호)도 정해졌다.
또한, 방송통신표준심의회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통해 고령자 및 장애인 등의 모바일 서비스의 편리한 이용을 지원한다. 위 지침은 인식·운용·이해의 용이성, 견고성, 사용자평가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의 접근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를 다루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새로 짓는 모든 공공건축물과 공공시설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령 마을공원을 만들 때는 하나 이상의 출입구는 계단이나 턱이 없는 평탄한 접근로를 확보해야 한다.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서는 장애인용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용 화장실에도 보조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지하철역 안내 게시판은 어린이나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해외의 유니버설디자인 노력
유니버설디자인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이 <WCAG 2.1(Web Contents Accessibility Guidelines)>를 통해 고령자 및 장애인의 웹/모바일 환경에서의 접근성을 위한 웹/앱 설계가이드를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전문용어는 약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쓰는 방식을 권한다.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표출하는 음절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 사용자가 모두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NDA(National Disability Authority)에서는 온라인공공서비스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를 배포하였다. 가이드는 디자인 프로세스인 4D와 디자인 철학인 7P를 기반으로 10개 요소에 대한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하였다.
호주은행협회(ABA, Australia Banking Association)는 ‘ABA accessibility principles’를 통해 금융서비스에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제안했다. ABA의 가이드는 보편적인 금융서비스부터 웹사이트,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 서비스, 폰뱅킹, AI 기술을 통한 음성인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은행과 고객 간의 모든 터치포인트를 아우른다. 이와 같이 ABA는 접근성 인증 가이드 제작을 지원하고 배포하여 금융서비스의 barrier-free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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