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오월동주?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공동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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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오월동주?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공동대출
  • 유태정
  • 승인 2023.05.11 09:46
  • 조회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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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동주(吳越同舟)
吳 오나라 오/越 월나라 월/同 한가지 동/舟 배 주)

오월동주는 춘추시대에 서로 격렬하게 대립했던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사람이 한배를 탔다는 말로, 적대적인 관계라고 할 지라도 필요한 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이 되면 함께 돕고 협력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곤 하는 예는 개인이나, 국가 간에 흔하지만 지금 금융권에 이 오월동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바로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공동대출입니다.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의 총여신 증가 규모를 넘어서고, 인터넷은행의 공격적인 예금 확보 마케팅(고금리 파킹통장 등)으로 지방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 이탈이 심화되는 등 불과 얼마 전까지 서로 경쟁하였으나, 공동대출로 어제의 적이 하루아침에 동지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하려고 하는 공동대출이 무엇인지, 맞손하여 얻는 이득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동대출이란?
지난 3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을 위한 실무작업반 4차 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상생모델로 ‘공동대출’을 제안했습니다. 공동대출은 대출 희망자가 인터넷전문은행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각각 심사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은행이 보유한 우수한 모객력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자금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분담하는 대출상품입니다. 

고객은 한 명이지만 채권자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두곳으로, 고객이 공동대출을 신청하는 것부터 심사, 대출실행, 사후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간 업무분장이 이루어집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공동대출 구조
일반적인 금융기관의 여신 프로세스는 이와 같습니다.
 

[그림1] 여신업무 절차와 단계 구분
[그림1] 여신업무 절차와 단계 구분

고객상담을 통해 여신신청을 접수하는 여신 취급 전 단계, 차주에 대한 신용조사 및 담보평가, 한도설정 등 여신조건을 결정한 후 심사부서에 승인을 신청하고 심사과정을 거쳐 승인이 결정되면 거래약정과 담보권 설정 등 채권보전조치를 취한 후 여신을 실행하는 여신 취급단계, 그리고 취급여신에 대한 적정성여부 등을 감리하고 차주의 신용위험 변동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를 통해 만기에 여신을 정상적으로 회수하도록 관리하는 여신 취급 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공동대출은 조금 다릅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대출 신청이 굉장히 빠르고 간편한데, 시중은행에서 보통 하루에서 3일정도 걸리는 대출 신청이 인터넷은행에서는 10분 정도면 본인에게 맞는 대출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공동대출은 이러한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활용하여 고객 인입의 통로는 인터넷은행에서 하고, 고객 심사와 대출 실행은 두 은행이 같이 실행합니다. 그리고 고객상담이나 소비자보호 등 대고객 서비스는 고객과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좋은 인터넷 은행이 담당합니다.
 

[그림2] 공동대출 모델 실행 과정
[그림2] 공동대출 모델 실행 과정

구체적으로 보면, 실행 단계는 고객이 인터넷은행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각각 심사한 후 대출을 실행(양행 모두에서 승인된 고객에게 사전 합의된 비율에 따라 실행)하고, 각 은행은 신용평가 모형을 기반으로 고객을 심사하여 합의된 기준에 따라 이자율과 대출금액을 정한 후 은행 간 대출금액 비율을 정해 한 고객에게 동시에 제공합니다.

대출 관리 중 증명서 발급, 계약 변경, 문의 대응, 정보 열람 등 대고객 업무는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이 총대출액 원리금 관리를 통해 넘겨준 공동대출분 원리금을 수취합니다. 

사후관리는 두 은행이 각각 채권자로서 독립적인 사후관리 주체가 되지만, 일관성 있는 고객 경험을 위해 동일 사후관리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공동대출 추진 이유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공동대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22년말 인터넷은행 3개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총 자산은 79조5,000억원 으로, 국내 은행(3,570조원)의 2.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독자적인 대출 상품 운영을 통해서는 공격적으로 대출 자산 규모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고, 상대적으로 지방은행·시중은행보다 자본력이 약하기 때문에 지방은행과 공동으로 대출을 실행함으로써 부족한 자본력을 확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림3] (‘22년말 기준) 인터넷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BIS  비율
[그림3] (‘22년말 기준) 인터넷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BIS  비율

지방은행은 지역 경제 기반의 관계형 금융을 추구하는 태생적 한계로, 디지털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비효율 운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핀테크 활성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점 방문객이 줄자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몸집을 줄였지만, 지방은행은 직접 고객과 마주해 영업하는 직원의 역량이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자산이기에 인적 구조 개편에 섣불리 나설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지난해 5대 지방은행(부산·전북·광주·대구·경남)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 평균을 보면 각각 2억5,340만원, 3억175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직원 1명이 5대 지방은행 직원 1명 보다 약 5천만원을 더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림4] 2022년 시중은행·지방은행 생산성 지표
[그림4] 2022년 시중은행·지방은행 생산성 지표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대손충당금을 제외하기 전 영업이익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눈 값으로, 결국 지방은행은 앱 대신 직원을 더 썼지만 1인당 5천만원을 덜 번 셈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방은행은 은행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채널을 다각화하고 더 많은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의 영업채널을 활용한 신규 고객 모집 기회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대출 추진에 따른 기대효과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공동대출이 이루어지면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업 채널을 확보해 대출자산 성장을 꾀할 수 있고, 인터넷은행의 경우 적정자본비율 내에서 대출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성장 기반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또 지방은행의 자본력과 신뢰도를 활용해 인터넷은행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충성고객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객 입장에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일까, 고객의 경우 인터넷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은 기존과 동일할 것 같습니다. 다만,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공동대출로 내놓는 상품은 다른 대출 상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저렴한 금리로 제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공동대출은 자본 출처가 다양화되어 단일 대출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에서는 시중은행의 과점 구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스몰라이선스 ’, ‘챌린저 뱅크 ’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요.
금리 인상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며 역대 최대 수익으로 과도한 성과급을 챙긴 금융권의 금융 공공성이 논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금리체계 개선, 금융 샌드박스, 인터넷은행 등 기존 은행권에 대적할 ‘메기’를 등장시킴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시킬 수 있는 ‘메기효과 ’를 기대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공동대출을 통해 대형 시중은행의 과점 구조가 완화되고 보다 많은 금융소비자가 1금융권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 투입될 메기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상생은 서로에게 윈윈(Win-Win) 전략이 될 지 기대가 됩니다.

 

 


[참고자료]
·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 (금융위원회, 2023.03.23)
 - 인터넷전문은행 현황
 -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사항
· 2022년 12월말 기준 은행 주요 통계 (예금보험공사)
· 지방은행 손 잡는 인뱅… 이번엔 진짜 ‘메기’ 될까 (국민일보, 2023.03.24)
· 앱 대신 직원 더 썼는데…1인당 5천만원 덜 번 지방銀 (대한금융신문,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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