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이컨설팅 이승준 박사 

2010년 7월 3일, 남아공 월드컵 8강에서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었다. 두 팀 모두 결승전에서 만나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8강전 최고의 빅 매치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독일 축구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축구 천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점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독일은 전반 시작 3분 만에 뮐러의 골로 앞서가다가 클로제의 2골과 프리드리히의 골로 세계 최강팀 아르헨티나를 4대 0이라는 큰 점수 차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잠잠하다가 월드컵 시즌만 되면 슬그머니 나타나서 매번 골을 넣어 ‘월드컵의 유령’이라 불리는 클로제가 2골을 넣었지만 이날 독일 우승의 주인공은 미드필더인 케디라와 슈바인 슈타이거라고 할 수 있다. 케디라가 전형적인 박스투박스(Box to Box)형 미드필더라면 슈바인 슈타이거는 주로 상대편 진영에서 전후좌우로 킬패스를 찔러주는 전형적인 패서(Passer)형 미드필더다. 서로 다른 타입의 미드필더가 아르헨티나의 날카로운 공격을 끊으면서 위력적인 패스를 뿌려대자 천하의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 당시 독일팀 포메이션
 
이처럼 축구는 어떻게 보면 허리 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허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2015-2016 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독일 국가대표인 슈바인 슈타이거를 영입하면서 에레라, 마타, 슈나이덜린, 마이클 캐릭 등 EPL 최고의 미드필드진을 구축한 이유도 허리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물론 최종 순위는 썩 좋지 않았지만…). FC 바르셀로나(이니에스타, 라키티치, 부스캐츠) 등 세계적인 명문 축구 클럽 역시 미드필드진이 튼튼하기로 유명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과장, 차장, 수석 등 중간 간부급이 부실하거나 역할이 미비하면 그 조직은 성공할 수가 없다. 축구에서 미드필더가 수비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건네주는 역할을 한다면 기업에서는 과장, 차장, 수석 등 조직의 중간 간부층은 경영진과 사원-대리급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지식사회에서 이들 중간 매니저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경영자가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Top-down Approach’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축구로 치면 공격수만 돋보이는 구조이다. 아무리 메시와 호날두처럼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라도 허리에서부터 질 좋은 패스가 공급되지 않으면 공격수는 골을 넣을 수 없다.  

 
지식경영 분야의 대가인 일본의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가 1988년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발표한 ‘Toward Middle-Up-Down Management: Accelerating Information Creation’ 논문을 보면 “정보화 시대에는 중간 관리자가 경영자에게 현장 근로자와 고객에 대한 정보와 업무개선 및 창의성 있는 제안을 전달하고 자기가 관리하는 직원에게는 회사 현황과 경영정보를 상세히 전달하고 지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들은 단순히 경영자와 부하직원 사이에 낀 “middle man”이 아니라 경영자와 부하직원 모두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창조적인 믿을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메일,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사내 인트라넷 등 경영자와 직원의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이전보다 소통의 퀄리티나 소통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요즈음이다. 창조적인 믿을맨이 많은 조직일수록 빅이어(Big ear: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의 손잡이가 큰 귀와 같다고 해서 붙은 명칭)를 들어 올릴 확률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 끝 -

투이컨설팅 다른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