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이컨설팅 김다원 컨설턴트
우리는 일상에서 올바르지 못한 의사소통 행위로 서로 상처받기도 하며, 싸우고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직장에서 또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의사소통 행위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융권의 차세대 구축 사업 프로젝트는 추진단, PMO, 수행사, 감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사소통 행위 오류로 곤란을 겪고 있다. 매주 터져 나오는 이슈, 그 이슈 안에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도 많고,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 의사소통 행위가 잘 안 된다면 진척이 지연되어 프로젝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 우리는 올바른 의사소통 행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의사소통 행위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것의 해답을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에게서 찾아보겠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
하버마스는 억압과 지배 없는 해방된 세상을 꿈꾸며, 이것은 자유로운 의사소통 행위로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정의한 의사소통 행위란 적어도 2명 이상의 행위자들이 상호 이해와 합의라는 목표 지향 아래 이해 지향적 태도를 갖는 것이다. 상호 이해는 동의에 이르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때 동의는 단순히 의견 일치가 아니라, 그 명제를 타당한 것으로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의사소통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해 가능성, 진리성, 성실성 그리고 정당성 이렇게 4가지의 타당성 요구를 제기하고 이것들은 공정하고 자유롭게 검증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타당성 요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첫째로 이해 가능성 요구란 의사소통 행위에서 서로 하는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언명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를 서로 합의에 의해 정확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진리성 요구는 언명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그것이 참인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을 때 언명의 진리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셋째로 성실성 요구란 대화자의 발언 태도가 진지하지 못할 때 성실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당성 요구란 상대방 언명의 규범적 정당성이 미심쩍을 때에 그것의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의 4가지 타당성 요구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한 S/W 기업에서 제품 수주를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던 사례가 있다. 추진단은 벤더사에게 영업을 위한 제품 설명보다는 실제 제품을 적용했을 때 발견됐던 문제점과 해결 과정을 듣고 싶어 했지만 벤더사는 고객의 이야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사 제품의 장점만을 부각하기 바빴다. 추진단의 질문에도 개발자가 아는 영역이라 대답할 수 없다며 회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에서 태도의 성실성 결여를 볼 수 있었다. 또한, ‘국내 가장 높은 S/W 기업 점유율을 가졌습니다’ , ‘외국 S/W 기능의 대부분을 구현했습니다’ 등의 명확하게 검증한 내용을 말하기보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이러한 벤더사의 이야기는 그것이 참인가에 대해 확신을 줄 수 없었고 이는 올바른 의사소통 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과거 내한해 강의를 한 하버마스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버마스는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에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모든 물음은 저마다 가치가 있다.’며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었다. 화자의 언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몇 번이고 되물었다.
프로젝트 내에서 ‘이것이 이슈가 될 것 같다’라고 이슈거리를 정할 때부터 시작하여 이슈에 대한 회의 진행 일정 정하기를 거쳐 해결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의사소통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토대로 의사소통 행위 참여자들의 상호 이해와 합의를 목표로 타당성 요구를 제기하고 검증한다면 올바르게 의사소통할 수 있고, 프로젝트는 무리 없이 진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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