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디지털 성숙 수준 조사 결과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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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의 디지털 성숙 수준 조사 결과 (2/2)
  • 김인현 대표
  • 승인 2018.03.21 10:13
  • 조회수 2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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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숙 수준 정의

 

디지털 성숙 정도는 다음 다섯 수준으로 구분한다.

 

시작 수준: 디지털 탈바꿈을 준비하는 상태. 디지털 탈바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기술 및 시장 동향 등을 조사하고 추진 방안을 기획하는 수준.

 

도입 수준: 부분적으로 디지털 탈바꿈을 시도하는 상태. 일부 조직 또는 일부 업무를 대상으로 소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수준.

 

 확산 수준: 전사적으로 디지털 탈바꿈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추진되는 상태. 다양한 조직 또는 다수 업무에서 디지털 탈바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수준.

 

▶ 통합 수준: 디지털 탈바꿈 노력들을 전사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상태. 각 부문에서 추진하는 노력들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수준.

 

가치 수준: 디지털화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기획, 적용, 학습, 피드백 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태. 디지털 탈바꿈의 결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수준.
(관련 내용은 투이톡 ‘디지털 탈바꿈 흐름’ 참조)

2. 금융산업 전체 성숙 수준


전체 사례의 평균은 5점 만점에 1.8점으로 시작 수준으로 분석되었다. 51개 사례 중에서 시작 수준은 51.0%, 도입 수준은 23.5%, 확산 수준은 17.7%, 통합 수준은 7.8%로 판정되었고, 가치 수준에 해당하는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전체 74.5%는 도입 수준 이하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2016년부터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삼기 시작했다. 최고경영자들은 디지털 탈바꿈이 최우선과제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전반적으로 디지털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지만, 실제 진전은 크게 되지 않은 상태로 판단된다. 디지털 탈바꿈 여정에 진입한 기업은 전체 조사의 4분의 1 정도이다.


금융회사들은 경영혁신을 위하여 정보기술을 도입하여 왔다. 2000년대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대표 사례이다.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여 마케팅을 혁신하였다. 상품 팩토리를 구축하여 금융 상품 개발과 운영을 최적화 하였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금융업종의 리딩 기업이 먼저 시작했다.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착수 순서는 업종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효율성은 좋아졌지만 업종 내 순위를 변동시키지는 않았다. 디지털 성숙 정도가 통합 수준에 도달한 사례는 4개였다. 특이한 점은 이들 사례들이 업종 1위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합 수준 사례들은, 최고 경영자가 디지털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고, 또한 디지털 탈바꿈을 지속적으로 드라이브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경우이다.

 

현재 디지털 성숙 수준이 낮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도와 환경이 아직은 디지털화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2, 3년 뒤에는 상황이 바뀔 것이다. 디지털 고객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고, 금융서비스의 디지털 비중은 절대적이 될 것이다. 디지털 성숙 수준이 높은 회사가 그렇지 못한 회사에 비해 보다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디지털 탈바꿈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시점에서 성숙 수준이 낮은 것은 미래의 리스크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금융 업종 순위를 바꾸지 못했다. 디지털 탈바꿈은 금융 업종 순위를 바꿀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진입자가 높은 순위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성숙 수준이 높은 기업은 다른 산업에도 진입하기 쉬운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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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디지털 성숙 수준

3. 금융 업종별 성숙 수준


금융 업종별 성숙 수준은 지주회사가 가장 높고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캐피탈, 공금융 순으로 조사되었다. 지주회사의 성숙 수준이 높은 것은 디지털 탈바꿈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으면서, 계열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탈바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은행 업종은 성숙 수준 2.7로 다른 금융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은행은 다른 금융 업종과 비교하여 고객 상호작용의 빈도가 높고,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의 범위가 넓다. 이는 디지털화에 따른 영향을 보다 크게 받는 환경이다. 보험 업종은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하여 상호작용 빈도도 낮고, 서비스 범위도 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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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우리나라 금융 업종별 성숙 수준


디지털 경제가 진전되면 산업 간 경계는 빠르고 광범위하게 허물어질 것이다. 지불결제는 이미 비금융기업들이 다수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다. 상거래 기업들은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금융 거래를 내재화 시킬 것이다. 마켓플레이스와 통신회사들은 거래 내역을 토대로 보다 확률이 높은 심사 능력을 갖게 될 것이고 여신서비스로 연계시킬 것이다. 금융 업종 간 장벽도 완화될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 회사들은 고객 자산관리 시장에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수신과 여신 서비스는 금융 고객의 경제활동 최적화 서비스로 융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금융 업종간 경쟁도 피할 수가 없다.


투이컨설팅이 2018년 조사한 금융 고객의 디지털 금융 인식 수준 조사에 의하면 금융 고객은 은행을 가장 신뢰한다. 디지털 금융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경쟁 요인이다. 디지털 금융 발전은 현재로서는 은행이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지주사가 있는 금융 그룹과 그렇지 않은 금융 기업 또는 금융 그룹과 비교하면 지주사가 있는 경우가 디지털 탈바꿈을 통합하여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디지털화된 고객 접점들을 통합하여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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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우리나라 금융 고객의 금융 업종별 신뢰도
자료원: 투이컨설팅(2018), 우리나라 금융 고객의 디지털 금융 인식 수준

4. 디지털 영역별 성숙 수준


고객,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 역량 등 다섯 가지 영역 중에서 콘텐츠 영역만 도입 수준이고, 다른 영역은 시작 수준이다. 콘텐츠 영역이 독특하게 앞서 가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디지털화를 위해 기존 서비스의 디지털화, 디지털 전용 상품 개발, 모바일 앱 서비스 개발 등에 보다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결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해커톤과 이노베이션랩을 통해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 외부 개발자와 협업을 위한 수익 비용 정책을 갖춘 금융회사도 많지 않다.


콘텐츠 영역이 상대적으로 앞서 가는 현상은 문제가 있다. 디지털 금융에서 바람직한 콘텐츠 성숙은 파트너 또는 써드파티와 협업을 통해서 외부 콘텐츠가 풍성 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태계 영역의 성숙 수준이 1.47로 가장 낮음에도, 콘텐츠 영역의 성숙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디지털 콘텐츠 성숙이 주로 자체 노력에 의해서 달성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생태계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오픈 플랫폼을 갖추어야 한다. 외부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의 성숙은 오픈 플랫폼 구축, 생태계 확대, 콘텐츠 다양화 등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오픈 플랫폼과 생태계 없이 자체 노력 만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고객 영역은 금융회사가 강점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이다. 이미 충분한 고객 규모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 거래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고 있으며, 고객의 신뢰 수준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 개발은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고객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디지털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전략적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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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디지털 영역별 성숙 수준

5. 시사점


금융회사들이 강력한 디지털 탈바꿈 의지를 표명해온 것과 비교하면 실제 진척 상황은 부진한 편이다.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지속적으로 디지털 탈바꿈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의 변화는 더디다.

 

금융 비즈니스모델의 변화가 쉽지 않다.

 

금융회사의 디지털화는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같이 갈 수 밖에 없다. 금융상품의 디지털화, 고객 서비스의 디지털화, 직원과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금융 규제의 틀 안에서는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금융 비즈니스모델에 적합한 조직 체계와 성과평가 제도가 작용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기존 영업 및 관리 조직은 현재 프로세스에 익숙해 있다. 외부 및 내부 요인으로 인해 기존 금융회사들의 변신은 매우 어렵다. 새로운 대안 금융회사들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협업 체계가 정착되겠지만,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디지털 담당 임원을 임명하고, 디지털 혁신 본부를 신설하여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디지털 탈바꿈은 새로운 업무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업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영업 조직을 그대로 두고 디지털 혁신 조직을 두게 되면 두 조직의 업무 분장이 애매하게 된다. 실제로 마케팅 전문 인력은 기존 조직이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디지털 혁신 조직의 추진력은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다. IT 조직이 디지털화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비즈니스 성과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전략과 목표 모델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디지털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 기술의 발전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이 디지털 탈바꿈이다. 인공지능 적용, 슈퍼 앱 개발, 오픈 플랫폼 도입, 블록체인 활용 등은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추진될 경우 도입 비용과 운영 비용만 크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향하는 목표 모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태계를 확보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없으면 가치 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디지털화를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 확보가 어렵다.
 

디지털 인재난이 심화되고 있다. 외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인재 풀은 제한적이다. 내부 인력은 디지털 역량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외부 인재를 데려왔다고 하더라도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도 선도 금융회사 정도만이 인재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상태이다. 인재난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외부 디지털 전문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도록 한다. 둘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등의 도입을 통해 단순 반복 업무 수행 인력을 줄여서 내부 인재를 확보하도록 한다. 셋째, 내부에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 과정을 운영하여 기존 인력의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디지털 탈바꿈은 차세대시스템 구축보다 큰 사업이다. 모든 조직이 주도해야 한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주로 IT 부서가 주도하였다. 금융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는 평균적으로 1천억원 이상이 투입되었다. 디지털 탈바꿈에 투입해야 하는 예산은 그 이상이 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실은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의지는 표명하고 있지만 투입하고 있는 예산은 크지 않다. 원인은 첫째, 전사 조직들이 디지털 탈바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지 않거나, 둘째, 디지털 탈바꿈 목표 모델을 설정하지 못하여 수행하여야 할 과제를 정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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