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종이신문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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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종이신문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 투이아카데미 이승준 교수
  • 승인 2018.05.16 05:25
  • 조회수 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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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근무하는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기사 제목인 ‘헤드라인’작성이다. 그런데 이런 헤드라인 작성을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언론사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인공지능이 과거 기사 DB를 참고하여 기사 헤드라인을 추천하는 업무는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신문사는 기자가 아닌 로봇이 만들어내는 기사가 한 해에 850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혁신을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


전 세계 디지털 생태계의 가장 큰 포식자로 떠오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130년 역사의 종이신문 워싱턴포스트를 2013년 2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미 디지털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아마존이 왜 하필이면 종이신문을 인수했을까? 하고 의아해 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디지털화가 어려운 산업으로 의료 분야와 함께 미디어 산업을 꼽는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언론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시도했으나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다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이신문을 잘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워싱턴포스트는 과연 어떤 용빼는 재주가 있길래 디지털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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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의 남다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통적인 제품 중심(Product Feature)의 사고방식에서 고객이 정말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고객해결 과제(Customer Job)'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변화하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고객해결 과제의 해결책을 기획하고, 적시에 개발하여 제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체재로 전환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기존 조직이 디지털중심으로 '전환(Transformation)'되어야 하고, 이 조직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활용·응용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크게 비전 수립, 조직구성, 거버넌스 체계 구성, 비즈니스 모델 개발, 디지털 생태계 구축 등 5가지 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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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통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5단계

▶ 비전 수립
먼저 조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비전 수립 및 대내외 선포가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미래에 대한 강력한 도전과 목표가 경영진으로부터 시작되어 조직 전체로 전파되어야 디지털 비전이 가시화 될 수 있다.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당시 기존 직원들은 혹시 ‘내가 잘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베조스는 이런 직원들을 다독이면서 2가지 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빠른 디지털 실행, 둘째, 야심만만한 저널리즘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베조스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워싱턴포스트가 종이신문에서 종합 디지털미디어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업의 개념이 바뀌면서 내부에서는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도 개선되었다. 워싱턴포스트 간부들부터 기존의 ‘독자’라는 말 대신 ‘고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고객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였고,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고객이 궁금해하는 문제를 빠른 시간내 동영상, 인포그래픽, VR 등 다양한 콘텐츠 유형으로 제작하여 멀티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문사라는 조직과 취재라는 업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재정의하였다.
 
▶ 조직 구성
비전 수립이 완성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추진에 필요한 별도의 전담조직과 디지털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 인수 후에 취재기자와 에디터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50명 가까이 늘리고, 뉴스룸 근무 직원도 추가로 70명 늘렸다.

또한 아마존 핵심 엔지니어를 워싱턴포스트에 파견하여 아마존의 디지털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였으며 기자, 에디터,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이 한 장소에서 근무하는 통합 뉴스룸을 구성하여 서로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기자 중심의 편집국 인력이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면 지금은 기자와 개발자가 함께 운전대를 잡고 워싱턴포스트라는 버스를 운전하는 셈이다.

▶ 거버넌스 체계 구축
체계화되고 일관성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비전과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운영, 관리,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기존 워싱턴포스트의 KPI는 기존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었다. 기업 등으로부터 얼마나 광고를 많이 유치 하는가가 중요한 평가지표였다. 베조스는 기존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스피드하고 새로운 실험을 하는 도전적인 분위기로 바뀌기를 원했고 기존 평가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KPI를 도입했다. 
 

첫째,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 둘째,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는가? 이다. 이를 위해 평가방식을 바꾸고 고객입장에서 지금 작성하려는 기사가 어떤 유형으로 어떤 채널로 제공될 때 가장 파괴력이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현장에 있는 기자는 죽을 맛이다. 과거에는 좋은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면 끝났는데 이제는 기사작성은 일의 시작일 뿐이다. 본인이 작성한 기사(콘텐츠)의 트래픽이 얼마인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기사를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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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모델 개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는 기업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제프 베조스는 이를 위해 아마존에서 검증된 플랫폼 전략을 워싱턴포스트에 이식시켰다. 양면 시장의 특징에 따라 베조스는 먼저 많은 사용자층이 확보되면 당장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소수 고객으로부터 많은 매출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객들로부터 적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워싱턴포스트를 지역지에서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전국지로 전환을 시도하였다.

이를 위해 워싱턴포스트는 자사 기사 뿐만 아니라 타임지, 살롱, 디 애틀랜틱 등 경쟁지의 인기 기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The Most’ 섹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였고, 미국 내 많은 지역 신문들과 손잡고 지역 신문 독자들도 무료로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5년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버전 구독료는 월 9.99달러(웹)과 14.99달러(웹 모바일 앱)인데 지역 신문 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하였다.

또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기사를 추천해주는 기사 추천 알고리즘 도입하여 독자들이 오랜 시간 워싱턴포스트 사이트에 머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구독권을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매니지먼트시스템(CMS)인 아크(ARC)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미 LA타임즈와 시카고트리뷴 같은 언론사들이 아크의 주요 고객이다. 전문가들이 워싱턴포스트를 더 이상 신문사가 아닌 IT 솔루션 기업 또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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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워싱턴포스트에서 자체 개발한 콘텐츠매니지먼트 시스템, 아크(ARC)

▶ 디지털 생태계 구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마지막 단계는 생태계 구축이다.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필수적이다. 아마존은 ‘신문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제휴된 지역신문 독자들이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여 디지털 트래픽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향후 새로운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또한 전 세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연결망을 구축하는 ‘탤런트 네트워크(Talent Network)’사업을 발표했다. 이제 본인의 블로그 등을 통해 검증된 외부 프리랜서도 워싱턴포스트 기자들과 경쟁하면서 본인의 기사를 기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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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워싱턴포스트에서 발표한 ‘탤런트 네트워크’

2018년 3월 기준으로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구독자는 약 9천만명을 기록하면서 뉴욕타임즈를 제치고 CNN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신규 구독자도 지난 1년 간 75% 늘어나 디지털 구독수입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디지털 광고수입까지 작년에 비해 4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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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2018년 3월, 미국 주요 매체 디지털 구독자 순위(출처 : 컴스코어)

국내 신문사, 디지털로 가야 하는 것은 알지만 당장은 어려워…

워싱턴포스트의 사례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일하는 방식, 업무 프로세스를 넘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신문사들의 디지털 전환은 멀게만 보인다.

국내 일간지 기자는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는 영어 기반 신문이라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만 국내 신문사들은 글로벌 진출은 꿈꿀 수 없고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글로 뉴스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서 디지털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외부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해 봤지만 이질적인 조직문화에서 오는 갈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실패 등의 이유로 금방 떠난다. 아직까지 매출의 90%가 종이신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매출기여도가 작은 디지털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디지털이 모든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 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제는 어떤 기업도 디지털을 외면하거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디지털과 피지컬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과거의 빛나는 유산이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5단계 전략은 좋은 힌트가 될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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