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디지털 전략’을 추구하는 움프쿠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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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디지털 전략’을 추구하는 움프쿠아 은행
  • 최인규 사장
  • 승인 2018.10.17 04:30
  • 조회수 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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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이 선정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8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은행.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타임즈, 비즈니스위크, CNBC 등이 극찬하는 높은 수준의 고객경험 구현 은행.

고급 가죽 소파, 대형 디지털 TV, 무드 있는 조명과 가벼운 음악이 흐르는 고급 카페같은 분위기에서 지역주민들이 커피, 초콜릿, 과자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으며 함께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은행.

점포에 고객을 위한 요가 스쿨을 운영하고 야간에 아동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는 은행.

해외에서 영업하는 한국계 은행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1순위 은행.

이 대목에서 과연 여러분들은 어떤 은행을 머리에 떠올릴까?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오리곤 주(州) 로즈버그(Roseburg)에 본사를 둔 움프쿠아 은행(UMPQUA Bank)이 바로 이 모든 사항에 부합하는 유일한 은행이다.

㈜ UMPQUA는 오리건 주 인디언 원주민어로 ‘우레와 같은 물(Thundering waters)’이라는 의미이다.

 

새로운 CEO 레이 데이비스의 등장

미국 오리건 주 벌목회사들을 주요 타겟고객으로 삼아 1950년에 설립된 소규모 지방은행인 움프쿠아는 1980년대 이후 이 지역의 벌목 산업이 쇠퇴하면서 내점 고객 및 자산이 감소하는 등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1994년 은행 전문 컨설턴트 출신의 레이 데이비스(Ray Davis)가 신임 CEO로 부임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취임 이듬해인 1995년부터 현재까지 움프쿠아 은행은 연평균 무려 3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 점포(움프쿠아는 점포를 branch가 아닌 store로 부른다)수는 10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기준 총 자산 257억 달러, 대출금 192억 달러, 직원 수 4,400여명, 시가총액 46억 달러, 오리곤 주와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서부 지역에 350여개의 점포를 보유한 중형 은행으로 성장한 움프쿠아 은행, 과연 그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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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 Cool Hotel’ 캠페인 - 느리고 여유로운 서비스

레이 데이비스가 파악한 움프쿠아의 가장 큰 문제는 내점고객의 지속적 감소였다. 은행은 잠시 일 보러 들르는 곳에 불과하고 커피숍이나 백화점 등에서 몇 시간씩 교제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고객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레이 데이비스는 이러한 고객경험을 점포에서 제공함으로서 고객과의 접점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넓히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은행의 내/외부 디자인과 서비스까지 최고급 호텔 수준으로 개선하자는 ‘Pretty Cool Hotel’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레이 데이비스는 이를 위해 전 직원을 서비스 업계의 사관학교로 명성이 자자한 리츠칼튼 호텔 서비스 스쿨에 파견하여 교육을 받게 하였다. 심지어 지역 카페에 직원들을 보내서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은행에서 ‘빠르고 편한 서비스'를 슬로건으로 부르짖을 때 움프쿠아는 반대로 ‘느리고 여유로운 서비스’를 지향했고 이는 떠난 고객을 다시금 은행으로 불러오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대다수의 은행들이 제공하는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서비스에 식상한 고객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하고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 중심의 은행으로 거듭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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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움프쿠아 은행 점포에서 운영하는 요가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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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움프쿠아 은행 카페 코너

 

디지털과 휴머니티의 오묘한 조화

최근 들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은행의 주요 키워드가 되면서 대부분의 은행들은 순수 오프라인 점포의 비중을 줄이고 디지털과 모바일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2017년 이후 인공지능 로봇과 스마트 ATM 등 첨단 자동화 기기가 손님을 응대하는 무인점포 ‘Robo branch’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움프쿠아 은행도 2013년 오픈한 샌프란시스코 플래그쉽 스토어에 고객이 자동화기기를 활용하여 스스로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는 ‘Interactive Shopwindow’를 설치하는 등 디지털 기술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며, 내점고객 감소에 대비하여 고객 친화적 UI/UX의 모바일 뱅킹 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을 지향하면서도 휴먼 터치에 의한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움프쿠아의 디지털 전략은 다소 독특한 구석이 있다. 

 

디지털 프라이빗뱅킹 플랫폼 ‘Go-To’ 앱 출시

2017년 레이 데이비스의 은퇴로 바톤을 이어받은 신임 CEO 코트 오헤이버(Cort O’Haver)가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움프쿠아가 1년 간 테스트 기간을 거쳐 금년 9월 선보인 새로운 모바일 뱅킹 앱 ‘움프쿠아 고-투(Go-To)’를 예로 들어보자.

‘고-투’ 앱을 설치한 고객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직원(실제 점포에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본인 소개, 사진, 은행 경력, 취미 등의 개별 프로파일을 고객이 직접 모바일로 조회하여 선택 가능)을 전담 상담원으로 지정하고 스마트폰의 음성, 화상, 문자 등으로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현금거래 이외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뱅킹에 휴머니티를 조합한 새롭고 독특한 방식인데 상담을 원하는 고객이 특정시간대 많이 몰려 트래픽이 자주 발생하는 점, 거래 처리를 위한 민감 정보 제공을 꺼리는 고객이 많은 점 등 일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디지털에 인성을 접목시키는 ‘디지털 프라이빗 뱅킹’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새로운 시도로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움프쿠아 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중소기업을 위한 '고-투 앱(Go-To for Small Businesses)'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포틀랜드 소재 핀테크 기업 ‘시드(Seed)’와 제휴하여 중소기업 고객에게 기업금융에 특화된 맞춤형 디지털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며 이를 통해 고-투 앱을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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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움프쿠아 은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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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움프쿠아 Go-To 모바일 앱 화면 (상담 직원 선택 기능 제공)


시사점

디지털 시대가 오면 거의 무용지물이 될 것만 같았던 오프라인 채널은 현재 새롭게 기능을 재정립하며 여전히 대고객 채널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서베이에서도 지적된 바 있지만(아래 표 참조), 은행 고객은 특히 절차가 복잡하거나 중요한 업무의 경우 여전히 휴먼 텔러와 오프라인 점포를 가장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 커뮤니티에 쾌적하고 편안한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디지털과 피지컬을 접목시키려는 움프쿠아 은행의 시도는 매우 참신하게 다가온다.

최근 금융회사 고객 상담 업무와 관련하여 챗봇 서비스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고객 기대에 아직 못미치는 수준으로 ‘AI챗봇’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것이 현실이지만 계속 기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채팅, 화상 통화, 유선 상담 등을 결합한 개념으로 챗봇을 발전시키는 방안은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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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 브랜드 (2017. 7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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