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뛰는 은행 위에 나는 핀테크(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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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 뛰는 은행 위에 나는 핀테크(下)
  • 투이컨설팅
  • 승인 2019.02.18 00:36
  • 조회수 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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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최인규 사장

복사된 문자 메시지에서 계좌번호를 인식 못하는 은행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용자 평점이 3점대인 시중은행과는 달리 한국 간편송금의 대표주자인 토스의 평점이 4.5점, 통합자산관리 앱으로 유명한 뱅크샐러드의 평점은 4.2점이라는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은행 앱과 핀테크 앱의 단순 점수 비교는 무의미한 것일까? 이런 점에서 필자는 송금 사례를 통해 은행 앱과 핀테크 앱의 기능을 서로 비교해 보고자 한다.


필자의 경우 고등학교/대학교 동기, 그리고 근무했던 은행 OB동우회로부터 경조사 안내 문자를 자주 받는다. 경조사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 대신 전달을 부탁하거나 공지된 은행 계좌번호로 송금을 하게 된다. 은행 계좌번호를 메모하여 모바일뱅킹으로 송금해도 되지만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필자의 경우 문자 메시지 창을 눌러서 복사하여 붙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아래 [표 4]는 실제로 필자가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투이톡_모바일뱅킹_4.jpg
[표 4] 경조사 문자 메시지를 복사하는 화면

이 복사 화면을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송금 계좌번호란에 붙여 넣으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먼저 KB국민은행을 보기로 하자.

KB국민은행의 경우 복사한 문자 메시지 전체가 표시된다[표 5]. 이 중에서 계좌번호를 골라내고 나머지를 지우느니 차라리 그냥 입력하는게 훨씬 편하므로 전혀 도움이 안된다. 사실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IBK기업은행 등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문자 메시지 전체를 복사하여 보여주는 방식이다. 다만 KEB하나은행의 경우는 문자 메시지가 길 경우 하나은행 계좌번호 자리수에 해당되는 메시지 앞 부분 14자의 글자를 표시해준다. 무용지물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논리는 있다.

투이톡_모바일뱅킹_5.jpg

[표 6] 에서 보듯이 우리은행의 경우는 문자 메시지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숫자인 75만 표시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은행 앱은 이것을 계좌번호로 이해하는 것 같다.


[표 7]에서 카카오뱅크는 특이한 결과를 보여주는데 7511로 시작하는 대단히 긴 숫자를 표시한다. 자세히 보면 이것은 문자 메시지 창에 있는 모든 숫자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매우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송금을 위한 본연의 목적에는 거의 도움이 안된다. 신한은행 ‘쏠’도 카카오뱅크와 거의 유사하다. 새롭게 개편된 NH농협은행의 경우도 [표 8]과 같이 문자 메시지 안의 숫자를 순서대로 표시해준다. 다만 카카오뱅크나 신한은행과 다른 점은 NH농협은행의 경우 계좌번호 고유 자리수인 13개만 보여준다는 점이다(물론 무용지물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카카오뱅크나 신한은행 보다 로직 면에서는 신경을 더 썼다고 본다).


모든 은행 앱을 다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필자가 직간접으로 접근할 수 있는 10여개의 은행 앱 중 복사한 메시지에서 모든 은행 계좌번호를 모두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과연 문자 메시지에서 계좌번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금융 앱은 없는 것일까? 결국 핀테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핀테크 DNA

미국의 대표 간편송금 앱 벤모(Venmo)와 마찬가지로 토스도 대한민국 대표 간편송금 앱으로 이미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이제 토스는 단순한 송금 기능을 넘어 외부 제휴를 통한 보험, 투자상품 판매, 무료 신용등급 조회, 상품권 판매 등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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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예로 든 문자 메시지를 복사하면 [표 9-1] 화면이 나온다. 화면 상단 토스 팝업 창을 보면 방금 복사한 계좌번호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팝업 창을 누르면 [표 9-2] 화면에서 원하는 송금액을 입력하여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카카오페이 팝업 창이 뜨기도 하는데 이 경우 토스 앱을 열면 이체 화면(표 9-2)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최근 토스는 계좌번호를 촬영하여 인식하는 ‘사진 찍어 송금하기’ 기능을 추가하는 등 송금 기능을 한단계 진화시켜 가며 간편결제 대표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에서도 토스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표 10 참조). 앞서 카카오뱅크의 미흡한 점을 지적한 바 있지만 핀테크 DNA를 보유하고 UI/UX에 강점이 있는 회사답게 자칫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신속히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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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0] 카카오뱅크 계좌인식 기능

사실 이와 같은 것들은 딱히 어려운 프로그램도 아니다. 막강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한 시중은행이 이 정도를 해내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 많은 모바일뱅킹 앱이 왜 이렇게 미흡한 것일까?


답은 고객경험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적어서’ 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금융 앱을 여는 90% 이상의 고객이 주로 하는 일은 조회와 이체일 것이다.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거래에서 고객의 가려운 점을 기민하게 짚어주는 것이 어찌 보면 새롭고 거창한 디지털 아젠다를 추진하는 일보다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회사의 디지털 추진 조직은 훨씬 더 애자일해져야 한다.

핀테크 콜라보레이션이 답이다

미국, 영국, 중국 등 핀테크 선진국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우리나라가 핀테크를 강조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의 세월이 지났다. 물론 그 동안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지금은 영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토스(비바리퍼블리카)나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와 같은 많은 창의적 핀테크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그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금융 비즈니스에 제대로 접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인하우스 상품과 서비스만으로는 경쟁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핀테크 기업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와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 주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오롯이 금융회사의 몫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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