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증권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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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가 증권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 이형로 상무
  • 승인 2019.03.21 08:07
  • 조회수 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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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에 카카오페이는 소형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인수했다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온오프라인 결제, 송금, 인증, 청구서, 멤버십 등 다양한 생활 금융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해 왔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2019년 초부터 증권업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1년 설립되었고, 토스의 누적가입자는 1천만명을 넘어섰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제3인터넷 은행 신청에 참여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 은행 등 종합 금융서비스 회사를 추구한다고 한다.

2019년 증권업종 전망은 밝은 편은 아니다. 국내외 경기 둔화, 증시 위축, 부동산 등 자산가치하락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2018년은 증권업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는 주식시장 호황과 저금리라는 환경 요인 탓이 더 크다. 기존의 증권업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성과 수익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 외에도 증권회사 인수 또는 증권업 진출에 다른 핀테크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의미한 수준의 고객 수 또는 거래량을 확보한 핀테크 기업들은 증권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매력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증권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첫째, 핀테크의 수익모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고객 규모는 확보했지만, 간편결제 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확보한 고객에게 팔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증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확보한 고객에게 판매함으로써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둘째,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강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전체 고객이 아니라 20대~30대로 국한하여 이용하고 있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조사해보면, 은행이나 카드사의 서비스가 아니라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시간이 지나가면 현재의 젊은 고객이 주된 고객군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서비스 경쟁력 순위도 바뀌게 될 것이다.


셋째, 카카오페이나 비바리퍼블리카가 증권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로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의 전통 비즈니스인 브로커리지 영역에서는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서, 현재의 위탁매매 수수료 체계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자기자본의 제약으로 여신이나 자산운용 등의 서비스를 펼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핀테크의 증권업 진출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위탁매매 업무에 관심이 없다

증권사의 고유 업무는 개인투자자의 주식 증 유가증권 매매를 대신함으로써 수수료를 받거나 투자를 위한 자금 대출을 통해 금리 수익을 얻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는 위탁 매매업무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2천만이 넘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금융상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앤트파이낸셜은 2013년에 위오바오라는 일종의 머니마켓펀드(MMF)를 출시했다. 알리페이에 이체해둔 고객 자산을 MMF에 투자하여 고객에게 은행보다 두배 높은 이자를 제공했다. 그 결과 위오바오는 2017년에 JP모건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 MMF가 되었다.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증권회사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완성이라는 점이다. 위의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의 모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불결제 핀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은 사실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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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불결제 핀테크의 비즈니스 모델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금융회사(은행, 증권 등)의 계좌로부터 고객 본인의 앱에 충전(현재는 200만원이 최고한도)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체로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고 한도 200만원은 조만간 500만원으로 상향될 것이다.

지불결제 서비스 회사들은 이미 일정 수준의 고객 규모를 달성하였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2천 6백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삼성페이도 1,040만명을 페이코는 800만명 수준의 사용자가 있는 것으로 일려지고 있다. 간편 송금, 무료 신용등급 조회, 통합계좌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토스의 경우는 가입자수가 1,000만명이 넘는 수준이다(출처 : Tossfeed, 토스 공식 블로그).

한국은행이 집계한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작 규모는 2016년 11조 7810억원에서 2017년 39조 99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세배 이상 확대되었다.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2016년 85만 9천건에서 2018년 2분기에는 362만 7천건으로 4배나 급증했다. 간편결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플랫폼으로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생활 플랫폼과 금융 결제 플랫폼

단순히 송금/결제서비스를 금융 제도권안으로 들어온다는 관점으로 평가한다면 이들 업체의 장기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핀테크 업체는 생활 플랫폼의 하나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금융결제 서비스를 전업으로 하는 금융회사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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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생활 플랫폼과 금융 플랫폼의 통합

카카오페이 및 비바리퍼블리카는 생활 속에 매일 사용하는 여러 서비스를 지급/결제/송금을 중심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증권의 본연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로서 서비스 영역 즉, 서비스 채널의 하나로써 증권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여행,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려 하나의 플랫폼위에서 거래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들어 카카오페이는 관계사인 카카오뱅크를 통해 지급 결제를 할 수도 있으나,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국내의 모든 은행을 본인의 채널로써 활용한다는 전략을 추구한다. 증권사 본연의 업무(예, 주식매매, 브로커리지 등)로 수익을 내는 것은 관심이 적고, 핀테크 업체가 보유하는 계좌를 실제 법적인 보호와 서비스가 가능한 실제 금융 계좌로 전환하는데 관심이 크다.

 

왜 증권사인가?

첫 번째, 금융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제도권 금융 안으로 편입되면 규제가 많아 창의적인 서비스가 발휘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한국의 금융시장은 기능적인 면에서는 해외보다 많은 서비스가 법적인 보호장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오히려 기능적으로 훨씬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이자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어려웠다면 앞으로는 충전 잔액에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뛰어난 IT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두 회사는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다. 이는 기존 금융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IT 비용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다 잘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애자일 메쏘드에 익숙한 개발자들과 지속적인 배포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IT를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은행보다 훨씬 뛰어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eince)를 제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 회사의 IT서비스는 전통적으로 기민성과 사용자 경험 수준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세 번째, 다양한 비즈니스의 결합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금융의 사고방식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플랫폼 사업을 목적으로 금융은 서비스의 한 영역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구성된 고객군을 바탕으로 매우 많은 융복합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다양한 채널과의 협업 경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급/결제를 근간으로 하는 생활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시각으로 보면 새로운 증권사의 인수나 설립은 레드오션으로 진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핀테크의 목적은 증권 자체가 아니라 금융 플랫폼이다. 또한 커머스와 연결된 생활 플랫폼이다. 누가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더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는 두 가지 관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금융서비스는 생활서비스에 종속된다. 물건을 사기 위해 결제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 서비스에서 출발한 회사가 더 유리하다. 금융서비스는 생활서비스 뒤에 숨기는 것이 고객의 사용성을 좋게 한다.

둘째, 모바일, 클라우드, 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과 애자일 방법에 익숙한 조직이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갖는다. 개발자를 우대하는 조직, 사용자 경험 부서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 고객이 좋아할만한 서비스를 더 자주 그리고 더 빨리 출시할 수 밖에 없다.

증권사가 금융회사들 중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고, 인수 합병이 비교적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핀테크가 제도권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의 시작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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