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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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 김인현 대표
  • 승인 2019.08.19 02:32
  • 조회수 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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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금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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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경제에서는 경제 주체들의 정보와 자산을 중앙 집중 형태로 관리하여 왔다. 참여자들보다 중앙에서 정보와 자산을 관리하는 경제 실체가 권력을 가지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중앙 관리자는 없어도 된다. 모든 참여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실제로 행사한다. 이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은 디지털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도 부른다.

블록체인은 모든 산업의 현재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파괴적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 적용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의 적용업무(application)으로는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면서 독보적이다. 커터컨소시엄이 201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블록체인으로 가장 크게 영향 받을 산업으로는 은행과 금융서비스가 압도적으로 1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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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블록체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 자료원: Cutter Consortium (2017)

금융에서 블록체인의 유즈케이스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방식을 ‘허브 앤 스포크’에서 ‘네트워크’ 형태로 바꿀 수 있다. 허브를 없앰으로써 중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참여 노드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서 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를 노드들이 나누어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블록체인의 장점은 다수의 참여자가 존재하는 비즈니스의 원가 절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관여하고 있는 계약 이행의 효율화, 보안과 인증의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금융 업무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또한 금융 정보시스템의 기반에 해당하는 기술도 아니다. 금융회사의 업무들 중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여 효과를 낼 수 있는 일부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더라도 기존의 금융 정보시스템의 기술체계를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기술과 기존 시스템을 접목하는 노력을 하면 된다. 대상 업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UBS Evidence Lab의 2019년 조사에 의하면, 유즈케이스는 송금 및 결제(payments), 증권 이행(Securities Settlement), 부정거래 탐지 및 보안(Fraud detection and security), 무역 금융(Trade Finance)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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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금융회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업무 / 자료원: UBS Evidence Lab (2019)

▶ 송금 및 결제 Payments
소액 결제는 은행 자체 코인 발행을 적용할 수 있다. 코인은 특정 집단의 제한된 목적을 위해 사용하며, 법정 통화와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스위스 은행인 UBS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지불시스템인 유틸리티 결제 코인 출시할 계획이다. 토큰은 중앙은행에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UBS 계획에 바클레이스와 HSBC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액 결제를 위해서는 거래하는 금융회사들로 블록체인 네트웍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결제를 처리한다. JP모건은 2017년 블록체인 기반 송금 지급 결제망(IIN, Interbank Information Network) 운영을 시작했고, 현재 약 220개 은행이 참여 중이다. JP모건은 IIN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장 각광을 받는 분야는 국가간 송금 및 결제이다. 통화의 환전과 금융 시스템의 불편함을 해소하여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리플이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우리나라 주요 은행들도 리플을 이용한 해외 송금 시스템을 구축했다.

증권 이행 Securities Settlement
블록체인의 기능을 확장하여 계약 조건과 내용을 코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능을 활용한다. 스마트 계약은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하여 구현할 수 있다. 금융거래, 부동산 계약, 보험금 지급 등에 적용된다.


교보생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블록체인 시범 사업을 2018년에 수행했다.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해서 환자의 보험 청구 과정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병원에서 청구된 진단 이력을 실시간으로 보험회사와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보험 청구를 위한 번거로운 서류 제출 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정사업본부도 교보생명과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부정 거래 탐지 및 보안 Fraud detection and security
분산 원장을 이용해서 고객을 인증하거나, 부정 거래를 탐지하는데 활용한다. 원장을 분산하고 있는 상대 노드들이 활동하고 있어야 적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실명 확인 증빙 자료의 위 변조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는 2018년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뱅크사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무역 금융 Trade Finance
신용장(Letter of credit)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무역 금융에 블록체인을 적용하여 시간 단축과 비용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 가래 내역은 관계자만 보관하기 때문에 분실 및 위변조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데이터의 안전한 보관이 가능하다.

유럽의 디지털 무역 컨소시엄인 위트레이드는 HSBC, 도이치뱅크 등 유럽의 9개 은행이 주도하는 무역경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5월부터 해양수산부, 관세청, 삼성SDS 등이 ‘민관 합동 해운 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KEB하나은행은 무역금융 프로세스에 이더리움을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고려사항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그리고 블록체인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중에서 금융회사가 도입하는데 가장 어려움이 큰 기술이 블록체인일 것이다. 분산 처리는 중앙 집중 처리보다 더 혁신적인 기회를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분산 처리는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현재의 금융 제도는 중앙집중처리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블록체인을 금융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거래 처리 능력
중앙 집중 처리 방식에서는 허브와 노드, 둘 사이에서 처리가 확인되면 거래가 성립된다. 분산 처리 방식에서는 허브가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노드들이 처리를 확인해야 거래가 성립된다. 물론 합의 규칙에 의해서 노드들의 과반수 확인으로 거래를 성립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하나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는 막대하다. BI Insider의 보고서에 의하면, 비자는 초당 평균 1,7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비해서, 비트코인 블록체인 프로세서는 초당 7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블록체인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하나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자원이 막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블록체인의 원칙은 거래는 체인에 기록되고, 각 노드의 참여자들은 체인을 읽을 수 있다. 개인의 금융 거래를 블록 체인으로 담았다고 하면, 거래 내역은 노드 참여자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의 개인데이터 보호법에도 위배된다. 개인의 민감데이터는 기업 외부로 유출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2018년에 EU에서 발효된 GDPR은 개인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즉 개인이 원하면 그 사람의 데이터를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일단 기록된 데이터는 누구도 변경하거나 지울 수 없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서 GDPR을 준수하기는 쉽지 않다. GDPR 을 위반하면 최대 매출액의 4%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 개인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강력한 권한을 갖는 누군가는 또는 뛰어난 해커는 개인의 거래 내역을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개인의 거래 내역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공유되어야만 블록체인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자 컨센서스
사람들은 여러 명이 모이면 대개는 리더를 정한다. 그리고 리더가 정하는 규칙을 지킨다.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단순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참여자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모두가 모여서 합의를 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합의를 이루어 내기도 쉽지 않다. 노드 참여자들의 업무와 기술력 수준, 이해 관계 등이 다르다. 합의를 이루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시간이 지나서 합의의 변경이나 신설이 필요한 경우가 계속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내재 비용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개별 기업의 IT비용은 증가한다. 처리해야 하는 거래 워크로드가 늘어난다. 도입 이전에는 자체 거래만 처리하면 되지만, 도입 이후에는 다른 노드에서 발생한 거래에도 관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지 비용도 늘어난다. 자체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노드에서 생성된 데이터도 보관해야 한다.


각 노드의 처리 비용 증가를 내재 비용이라고 한다. 문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내재 비용은 증가한다는 점이다. 참여 기업은 내재 비용 상승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네트워크 노드들의 평균 성장율 보다 낮은 성장을 하는 기업은 내재 비용 증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금융회사의 대응 전략

블록체인은 하나의 비전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비전과 현실의 갭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부분적으로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회사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업무를 체크한다
블록체인 기술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정도의 내부 역량을 갖춘다
외부에서 개발된 그리고 실 사례로 확인된 블록체인 솔루션을 도입한다
국내 및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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