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어떻게 활용할까, 인공지능 바둑대회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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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어떻게 활용할까, 인공지능 바둑대회가 주는 교훈
  • 김인현 대표
  • 승인 2019.08.30 07:45
  • 조회수 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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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

 

2016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사람을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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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에 바둑 역사의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전까지 나온 바둑 프로그램들은 프로 바둑기사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바둑 데이터를 학습하여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를 발표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인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1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후 알파고는 사람의 바둑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둑을 두어서 만드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알파고 마스터로 진화했다. 그리고 알파고는 2017년 5월에 은퇴를 선언했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컨볼루션 신경망, 강화학습 등 딥러닝 기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들이 알파고 방식을 따라했다. 중국의 텐센트는 절예(중국명 줴이, 영어명 Fine Art)를, 미국의 페이스북은 엘프 오픈고(Elf OpenGo)를 출시했다. 일본의 딥젠고와 AQ, 대만의 CGI, 벨기에의 릴라제로 등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들이 나타났다. 정상급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사람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이기려면 사람이 몇 점을 두고 두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바뀌었다.


2019년, 대한민국 ‘한돌’ 세계대회 3위를 차지하다

2019년 8월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산둥성 르자오시의 과학기술문화센터에서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가 열렸다. 중신증권배는 이번이 3회째로, 역대 가장 많은 팀은 14팀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게임바둑을 서비스하고 있는 NHN이 자체 개발한 힌돌과 돌바람이 출전했다. 한돌은 예선전을 3승2패, 5위의 성적으로 통과했다. 8강전에서 대만의 CGI GO(1회 대회 준우승)를 이겼고, 4강전에서 절예(결승에서 중국의 골락시를 4대1로 이기고 우승)에게 0대3으로 졌다. 하지만 3,4위 전에서는 릴라제로를 이기고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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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3,4위전 한돌과 릴라제로의 대국에서 한돌이 분석한 수순별 승률 그래프
자료원: 이세돌바둑학원(번동점)의 블로그에서 퍼옴

한돌은 개발하는데 10개월이 걸렸고 2017년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9년 1월 우리나라 최정상급인 프로기사 다섯 명과 대결을 했다. 다섯 명의 기사는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등이다. 결과는 한돌이 5전 전승을 거두었다. 한돌은 한게임 바둑에서 대국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인공지능 활용법

바둑은 가장 디지털스러운 게임이다. 두 사람이 둔다(페어바둑인 경우에는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둔다). 바둑판에 두는 돌은 흑돌과 백돌 두 가지이다. 돌을 두고 나면 다음 돌을 둘 때까지 기다린다. 바둑돌을 두는 곳은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유한한 공간이다. 과거에는 바둑을 두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 커서 컴퓨터로도 계산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의 컴퓨터 자원으로는 처리할 수 있는 범위 이내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여는 데는 바둑이 기여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바둑이다. 구글이 바둑을 인공지능의 첫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현실 세계의 다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적용이 모색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적용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사람과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공지능 바둑이 보여주는 현상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 학습량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좌우한다
한돌을 개발한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우승을 차지한 절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절예는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량이 전혀 다르다고 느꼈다. 실제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스스로 둔 바둑 대국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꼈다.” 인공지능의 성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로 학습을 하는가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알파고와 딥젠고는 은퇴했다. 바둑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학습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가능한 모든 경우를 데이터로 학습했다면 더 이상 발전할 일은 없을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도 인공지능의 성능은 학습한 데이터의 양이 결정한다.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현실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포함하는 정도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자원의 규모와 성능이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
많은 데이터를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이 학습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자원도 중요하다. “절예와 비슷한 정도의 기력을 내려면 아주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 것 같다. 각 회사의 투자 정도에 따라 학습에 사용하는 자가대국 데이터의 양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는데 자가대국의 개임 수에 따라 성능에 영향이 클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가는 투입하는 자원의 규모에 달려 있고, 따라서 더 큰 자원을 사용하여 학습한 인공지능의 성능이 우수할 수 밖에 없다.

(자가대국: 인공지능이 자신과 두는 바둑. 바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데이터로 축적하여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목적으로 두게 함)

 

사람들은 공개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데스크탑에 설치해서 바둑 공부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성능은 데스크탑의 성능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 지능 바둑 프로그램 연산은 그래픽카드(GPU) 성능에 좌우된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따라 수읽기 정확도와, 속도가 달라진다. 프로 바둑기사들은 100만원이 넘는 GPU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자원은 데이터 학습에도 필요하고, 인공지능 수행에도 필요하다. 더 나은 인공지능 성능을 얻고 싶다면 자원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사람이 인공 지능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가르친다
바둑 기사들의 최근 실력이 향상된 것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 기사들은 페이스북의 엘프 오픈고를 데스크탑에 설치하고 이를 바둑 공부에 활용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어떤 수를 둘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수 한 수 마다 승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잘 사용하는 어린 기사들이 더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는 세상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바둑기사들이 공부할 때 쓰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릴라제로이다. 릴라제로는 2019년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4위를 했다. 중국의 국가대표 바둑기사들은 절예를 이용하여 공부한다. 절예는 현존하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이다. 더 나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학습하는 인간이 더 나은 성과를 거두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3회 중신증권배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대회에서 우리나라 한돌이 릴라제로를 이기고 3위를 차지함으로써, 우리나라 국가대표 훈련용 인공지능은 한돌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뛰어난 수를 두어서 사람을 이기기는 하지만 의외로 쉬운 수읽기에서 약점을 보인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축’을 알아채지 못한다. ‘축’은 사람의 경우 중급자 정도 되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수상전과 패에 약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는 읽어 내지만 때로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둑은 게임이니까 승패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시 두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패는 되돌릴 수 없다. 가장 디지털스러운 게임인 바둑에서도 쉬운 오류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의 약점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 후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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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흑으로 둔 엘프 오픈고가 축을 알아채지 못해서 망하는 모습
출처: https://insidebigdata.com/2019/03/15/best-of-arxiv-org-for-ai-machine-learning-and-deep-learning-february-2019/

 

인공지능의 결정을 사람이 이해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두는 수를 사람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의 판단으로는 분명 시급하게 두어야할 곳이 있음에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다른 곳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둔 이유를 프로기사들도 설명하지 못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어느 개인의 신용등급을 인공지능으로 평가하는 경우, 신용등급 결과는 담당자는 물론 신용등급 전문가도 설명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다루는 변수가 많고 추론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설명해주는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I)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뛰어난 판단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에 판단을 맡기게 되면 의도를 알지 못하는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불안감을 감수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한 수를 둘 때마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계산한다. 가능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이상한 수를 두기 시작한다. 그 결과로 더 빨리 더 크게 승부를 망친다. 프로 바둑 기사는 상황이 불리하면 승부수를 던진다. 승부수는 상대방의 취향과 심리 상태 등을 감안하여 두는 수이다. 승부수 결과에 따라서 지고 있는 바둑을 역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승부수를 찾아내지 못한다. 사람과 기업은 ‘역전’을 꿈꾸기도 하고 이루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한번 밀리면 그대로 져버린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역경에 자주 부딪친다.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은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이를 타파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구조조정 또는 혁신을 통해서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인공지능에 기업 경영을 맡긴다면, 인공지능은 잘 되고 있는 사업은 계속 투자하려고 하겠지만, 어려워진 사업을 되살리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사람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
요즘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프로기사들이 바둑을 두는 동안에 승부 예측을 보여준다. 프로기사들이 한 수 한 수를 둘 때마다 승부 예측은 달라진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승부 예측치를 보고 진행되고 있는 바둑의 상황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백이 이길 확률을 인공지능이 90%라고 예측했다면, 사람들은 백이 많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 많이 유리하다는 것이 많이 이기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모든 경우를 따져봤을 때 이길 확률이 90%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이기느냐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세계에서는 승부 예측 못지 않게 얼마나 이기는가도 중요하다. 바둑을 둘 때, 조금 지는 경우에는 대부분 끝까지 둔다. 집 계산을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끝까지 두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반 집을 지고 있는 경우에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도중에 기권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에게는 승부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협업을 통해 안전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사람을 이기고 더 나아가서 사람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바둑의 인기가 급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바둑 승부의 신비로움이 사라지면 그만큼 사람들의 호기심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사람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었지만, 바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도리어, 인공지능은 바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 크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바둑 게임사이트는 인공지능 바둑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대국하기 위하여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승부 예측은 이제는 당연히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어 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대회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앞으로는 사람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한 팀을 이루어 대항하는 대회도 생길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존 바둑 산업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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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둑의 수는 사람에게는 무한하지만, 인공지능에게는 유한하다 / 사진출처: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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