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화폐에서 디지털 화폐(CBDC)로의 화폐개혁은 가능할까?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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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화폐에서 디지털 화폐(CBDC)로의 화폐개혁은 가능할까? - 2부
  • 고은아 선임, 이유라 컨설턴트
  • 승인 2020.12.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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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왜 각국의 중앙은행은 CBDC 도입을 고려하는가?

1. 해외 CBDC 준비현황

2020년 디지털화폐의 Hot Keyword가 CBDC인 만큼 각국의 CBDC 준비 상황도 다양하다. 전체적인 흐름은 1년전과 사뭇 다르다. ‘리브라’ 출현을 계기로 디지털 화폐 발행에 부정적이던 세계의 중앙은행들도 발행 준비를 시작하거나 CBDC 연구팀을 만들어 집중 검토 중이다.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80%가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발행을 위한 시범 운영 단계에 있다.’고 한다. 

CBDC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중국은 이미 선전과 청두, 쑤저우와 베이징 인근 신도시인 슝안 신구와 202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일부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실험 도입 중이다. 공무원들의 급여나 대중교통 요금 지급 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 중이다. 시범운영에 대한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2022년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디지털 화폐 도입을 공식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CBDC에 유보적이었던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2020년 태도를 바꿔 CBDC에 적극적인 검토 및 발행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CBDC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미국은 5년 내 CBDC를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고 현재 현금유통량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의 발행이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올해 연방준비제도(Fed)는 CBDC 도입에 대한 검토를 진행중이며 미국 의회도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디지털 달러’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올해 4월 코로나19에 대응해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디지털 달러’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등 CBDC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CBDC 도입에 긍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2017년부터 CBDC 발행 프로젝트인 ‘e-크로나’를 진행중이다. 현재 실사용 테스트 중이며 2021년까지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 도입할 계획이다. 

일본과 필리핀은 본격적인 법정 디지털화폐의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 그룹을 신설하고 화폐 발행에 따른 법/제도 검토 및 발행 영향도 검토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주도하에 CBDC 도입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했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0년 10월 13일 디지털 루블화의 향후 출시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CBDC를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2020년까지 리라화 CBDC 테스트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2019년도 발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CBDC 발행 계획을 포함시키며 적극적인 발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2020년도 7월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 네트워크를 개발했고 상용화할 예정이라고발표했다. 싱가포르 통화청과 JP모건,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Temasek)은 2016년부터 우빈(Ubin)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CBDC 발행을 준비해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일찍이 2018년도에 베네수엘라 CBDC Petro(패트로)를 발행했으나 유가 변동에 노출되고 강제통용력의 부재로 법정 통화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상태이다. 

[표 1] 주요 국가 CBDC 발행 진행상황
[표 1] 주요 국가 CBDC 발행 진행상황

2. 중국의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 새로운 기축통화를 노려보자

현재 세계적으로 중국이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상황이다. 중국은 무슨 이유에서 이토록 CBDC 도입에 열정적인가? 그 답은 세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① 외환 유출 관리  ② 디지털 화폐의 기축통화 선점  ③ 디지털 경제 활용

먼저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자금유출에 대한 리스크를 헷징하려 한다. 암호화폐는 추적이 어렵다. 반면 CBDC는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데다 자금세탁방지, 탈세 적발 등 중국정부로선 손쉽게 자금관리를 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SK증권 한대훈연구원은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 발표에 따라 리브라가 미국 달러의 역할을 하면서 중국에 침투할 것을 우려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은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여 미래 디지털 서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중국의 위안화는 IMF특별인출권 구성 비율이 11% 미만이다. 게다가 세계 결제 통화 전체 대비 위안화 결제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경제 패권을 잡고있는 미국 달러의 국제 거래 비율은 2019년도 88%로, 1989년 90%와 비슷한 수준을 30년 이상 유지 중이다. 경제 강대국이라 불리우는 두 국가의 통화 결제 비율이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중국으로서는 수치일 것이다. 중국이 오랜 기간 동안 CBDC를 준비해온 배경에는 경제 패권을 잡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다. 사실상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한 중국의 또 한번의 기회가 바로 통화 패권 전쟁인 셈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된 국가다. 중국은 알리페이(Alipay)와 위쳇페이(WeChat Pay)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를 이용해 디지털 화폐를 구걸한다. 디지털 금융의 지배력이 상당한 가운데 법정 통화를 디지털화 하여 사기업 발행 화폐 대비 법정 화폐의 영향력을 높이고 글로벌 디지털 화폐시장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표 2] 중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추진 경과,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표 2] 중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추진 경과,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년 10월 인민은행은 인민은행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개인이나 기관이 디지털 위안화를 대체하기 위해 화폐를 발행할 경우 이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즉, 현재 중국 내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화폐 또는 가상자산을 금지한다는 골자이다. 위의 표처럼 중국은 차근차근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준비를 최근까지 마치고 마지막 법 개정 및 시범운영 중이다. 현재 기준에서는 중국이 지배력 있는 CBDC를 발행 할 유일한 주인공인 셈이다.

3. 한국의 CBDC 도입 검토/준비

2018년 1월 한국은행은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를 신설했다. 해당 TF에는 금융결제국, 법규제도실, 금융안정국,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발권국, 국제국, 경제연구원 8개 부서가 참여해 가상통화가 지급결제 시스템 및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 BIS와 각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 상응하여 CBDC 발행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를 병행했다.  

2020년이 되면서 한국은행은 CBDC 검토 및 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으로 디지털 결제 확대를 예측했고 CBDC의 유용성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은 “가까운 시일 내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대내외 여건이 크게 바뀔 경우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2020년~2021년 사이 CBDC 파일럿 시스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G7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CBDC 추진현황을 살피고, 직접 CBDC 설계, 기술검토, 업무 분석 및 컨설팅을 마친 후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CBDC 실험 운용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행은 CBDC 도입 시 예상되는 법적 이슈 등 한국은행법 관련 개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0년 2월 신설된 디지털화폐연구팀 및 기술반을 중심으로 CBDC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또한, CBDC 관련 기술 및 법률 검토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자문단을 운영하고 한국은행 CBDC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술과 법/제도를 검토하고 발행 및 시범운영 준비를 진행중이다. 

 

III. CBDC의 미래는?

1. 전 세계의 통화의 미래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CBDC의 동향은 밝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 도상국에서도 CBDC의 연구와 개발이 한창이다. CBDC연구 및 개발의 진행 단계는 발행가능성 검토, 시범사업 예정, 시범사업 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많은 나라가 연구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세계적인 동향에 발맞춰 한국도 2021년 시범 사업 진행을 앞두고 있다. 2020년 독일의 핀테크 전문 비영리 싱크탱크 디젠(dGen)은 ‘CBDC의 지정학적 영향 보고서’에서 2030년 이내 최소 3개국이 CBDC를 자국 주요 통화로 삼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결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방식 대신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결제가 확대될 것”이라며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CBDC가 현금보다 유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미래 결제 시장이 급속히 디지털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BDC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BIS의 관측이다.

CBDC의 도입은 기존 금융의 생태계를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 흔들림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CBDC를 향해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CBDC는 결국 통화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 것이고 이 CBDC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에서 고립 될 것이다.

[표 3] 주요국 CBDC 진행 단계, 출처: 디지털투데이
[표 3] 주요국 CBDC 진행 단계, 출처: 디지털투데이

2. 한국의 CBDC 전망

현재 한국은행은 본격적인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이 진행중이다. 2020년 4월 한국은행은 ‘CBDC 파일럿 테스트 추진’ 자료를 공시하며 2021년 12월에 완료되는 22개월간의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CBDC 설계 및 요건 정의 후 구현 기술을 검토하고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을 수행하며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일럿 시스템 구축 단계가 완료되면 중국과 같이 민간 은행 및 통신회사와의 테스트 등을 진행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이 타 국가들 보다 먼저 CBDC를 발행할 전망은 낮아 보인다. 현재 한국 경제의 디지털 금융 지배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타국의 선진 사례와 발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발행 계획을 앞당기거나 보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의 CBDC 발행 계획에 따라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에 필요한 기술을 중앙은행들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10월, 라인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전담하는 업체인 이홍규 대표는 “라인은 금융 규제 환경 아래서 가상자산을 운영한 경험을 가진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이 같은 경험과 강점을 바탕으로 각국 중앙은행들과 CBDC 플랫폼 활용 논의를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플랫폼을 통해 기업용 지갑 솔루션과 오픈 API, 모니터링 대시보드,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 확인(KYC) 솔루션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도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민간 기업의 참여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4]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 추진, 출처: 한국은행
[표 4]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 추진, 출처: 한국은행

3. 정부는 무엇을 해야하나? 

CBDC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번째는 한국 은행법 개정 등 관련 법·규제를 마련 해야 한다. CBDC가 법정 화폐로서 인정을 받기 위한 법 개정, 거래추적에 관한 개인정보보호 장치 마련을 위한 규제 마련 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두번째는 발행 기준 및 범위의 확립이다. 발행 주체, 액수, 기반 기술 등의 표준화는 화폐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세번째는 CBDC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과 익명성 보장에 대한 정책 마련으로 CBDC의 필요성을 설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시중은행, 기업 등의 협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CBDC의 도입은 기존 금융 생태계에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기업의 기반기술 및 플랫폼 공유, 시중은행의 CBDC 보유 허가 등의 협업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이러한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CBDC의 도입을 위해 앞선 네 가지의 과제 해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2019
정현준, 2020, CBDC 간 교환을 위한 ISO/IEC 11179기반 블록체인 시스템, p43-50, KIIT, Vol18
김유리,강반디,조고운,김지현, 글로벌 기업과 주요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 현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p11-28 
디지털투데이, What is a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and why should people prefer CBDC over bank accounts, https://daml.com/daml-driven/what-is-a-central-bank-digital-currency-and-why-should-people-prefer-cbdc-over-bank-accounts/, 2020.05.19
글로벌신문경제, [이슈 분석] 중국, 올해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할 듯, http://cnews.getnews.co.kr/view.php?ud=2019090812194580462aaae0046f_16, 2019.09.08
IT조선, [2020 키워트 #20]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6/2020010603354.html,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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