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또 다른 이름, 디지털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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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의 또 다른 이름, 디지털 뱅크
  • 투이컨설팅
  • 승인 2015.09.16 10:55
  • 조회수 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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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최인규 사장

Banking is no longer somewhere you go, but something you do.*
(뱅킹은 더 이상 당신이 가야할 장소가 아니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은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라이선스의 보호막 아래 놓인 금융회사. 독일까, 약일까.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금융회사의 영업 환경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찾는 고객은 눈에 띄게 줄고 전체 금융거래에서 콜센터와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통한 금융거래는 급증하는 추세이다. 거래건수로만 보면 모바일뱅킹(스마트폰)은 이미 인터넷뱅킹(PC)을 추월할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지점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종전의 물리적 유통구조로는 금융 소비자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디지털 뱅크는 ‘금융의 유통구조, 더 나아가서는 금융의 패러다임 자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완전히 재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아직 금융라이선스의 보호막 안에 안주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금융회사만이 독점적으로 수행하여 왔던 업무들이 점차 금융회사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기존 금융 산업의 비효율성이 커지면서 비 금융회사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뱅킹을 처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식의 뱅킹을 선호하는 디지털 원주민인 밀레니엄 세대가 금융 고객의 주류를 이루면서 기존 금융회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핀테크는 SNS,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IT기술의 발전과 모바일의 급속한 확산에 힘입어 기존 뱅킹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일련의 모든 혁신 활동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핀테크는 디지털뱅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디지털뱅크로의 전환은 금융회사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며 현재 금융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핀테크의 활성화는 디지털뱅크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회사가 가져야 할 기술역량


모바일 시대에는 금융의 선택권과 주도권을 쥔 금융소비자의 니즈변화를 신속히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자세와 능력이 필수다. 모바일의 급속한 확산으로 금융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비교·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구태의연한 금융회사의 서비스에 구속당하지 않고 더욱 편리하고 유리한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금융회사는 결국 도태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 특히 데이터 분석 기술과 경험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국의 기업평가 기관인 시비인사이트(CB Insights)에서 2014년 발표한 핀테크 투자 개황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도 핀테크 투자 금액 중에서 데이터 분석 분야는 19%로 이는 2008년의 6%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신용평가(온덱 스코어), P2P대출 투자매핑(렌딩 로봇), 로보 어드바이저로 불리는 컴퓨터 투자자문(웰스프론트, 베터먼트), 개인자산운용(민트닷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빌가드) 등 다양한 금융영역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금융의 경쟁력은 곧 데이터 경쟁력이다. 데이터 분석은 모든 금융회사 및 핀테크 스타트업이 갖추어야 하는 필수 역량이기도 하다.


IT시스템의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은 필수 조건이다. 금융회사 홈페이지 하나 손보는데 몇날며칠이 걸리는 굼뜨고 무거운 현행 IT체계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요건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히 업무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 디지털 선도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디지털 인력의 양성 또한 국내 IT업계의 중요한 이슈다. 


마지막으로, 내부 이해상충문제를 해결해주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디지털뱅크 전환과정에서 기존 업무관행이나 조직과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여기서 비롯된 내부갈등은 디지털뱅크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CEO의 디지털뱅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추진의지는 디지털뱅크 성공확률을 크게 높일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혁신


국내 금융환경은 처음 접하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위에 놓여있다. 금융회사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처와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금융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전략이다
디지털경제의 금융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증강 고객(Augmented Customer)이다. 전통적 금융환경에서는 금융회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가치사슬에 금융소비자가 수동적으로 참여했다. 증강 고객의 환경에서는 스마트해진 금융소비자의 가치사슬이 우선한다. 이제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의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그 결과로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셜 리스닝(Social Listening)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고객의 의견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된다. 아웃사이드인의 관점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금융 니즈를 실시간 분석하여 상품 기획, 마케팅 캠페인, 고객 응대 등에 빠르게 반영하는 능력이 금융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둘째,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외부 파트너와 함께 혁신을 추진하면서 비용과 위험 그리고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세 가지다. 기업이 혁신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지식 및 전문 인력을 보유할 수는 없으므로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효율성은 자체 연구보다는 외부와의 공동 연구가 더 적절하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가 매우 빠르므로 새롭게 연구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시장에 개발되어 있는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적시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금융 산업이 처한 환경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필요로 한다. IT는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내부 전산 조직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고객이 이용하는 채널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개발 비용도 점점 더 부담스러운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진화하면 할수록 금융회사는 외부의 전문가집단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혁신하여야 한다.


셋째, 비즈니스 분석(Business Analytics) 전략이다
30여 년 전, 미국 씨티은행의 CEO였던 존 리드(John Reed)는 "Banking is just bits and bytes"라고 말했다. 금융 산업은 태생적으로 데이터 분석 산업이라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명언이다. 금융회사는 여신 심사를 위한 신용도 분석, 적합한 수신 상품을 제시하기 위한 추천 분석, 비정상 거래를 식별하고 방지하기 위한 부정거래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에서는 고객 접촉 로그, 소셜 데이터, 고객 위치 데이터 등 금융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욱 다양해졌다. 디지털 뱅킹의 성공 요소 중 하나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디지털 환경에서 금융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수행해낼 수 있지의 여부다. 분석이 보다 정교하게 됨에 따라 과거 금융서비스 제공에서 소외되었던 고객군을 수용 가능하게 된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넷째,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Network Business Model) 전략이다.
금융회사는 확보한 고객 수가 많고, 고객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 고객 집단의 수가 늘어날수록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증가하는 비즈니스 방식이 필요하다. 독일의 피도르은행은 고객의견을 적극 반영한 금융상품을 기획·운영함으로써 참여 고객 수 증가를 통해 금융상품 적합도를 향상시켰다. 결과적으로 피도르은행 금융네트워크 참가자 전체의 혜택을 늘리는 좋은 사례다.


은행의 기존 모델은 여신고객 네트워크와 수신고객 네트워크를 연계하지 않는다. 여신고객의 여신 요청은 은행이 심사하여 대출을 결정하고 사후관리한다. 수신고객의 저축은 은행이 자산을 운영하고 이익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한다. 은행 입장에서 두 집단은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네트워크다. 만일 여신 고객과 수신 고객의 네트워크를 연계할 수 있다면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여신 고객은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수신 고객은 돈을 빌려갈 사람을 찾는 대가로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여신 고객 네트워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수신 고객 네트워크도 따라서 커진다. 연계된 두 개의 네트워크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P2P대출은 바로 이러한 네크워크 연계 효과를 극대화시킨 비즈니스 모델이다.


금융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네트워크 연계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 수 존재한다. IT서비스 분야도 유력한 대상 분야다.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디지털 뱅킹 전략의 가장 핵심 요소 중의 하나다.

기회이자 위협


디지털뱅크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로 그런 변화를 따라잡아 성공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변화 자체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2014년 이후 우리나라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은 금융회사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금융회사가 디지털뱅크로 가는 당위성과 올바른 방향 제시라는 양면성도 가지고 있다. 2015년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뱅크가 출현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브렛 킹의 저서 BANK 3.0에서 인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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