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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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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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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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투이컨설팅 상임고문) younghlee@2e.co.kr

<약력>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제학 석사.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 한국은행 전산정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은행 신회계시스템 개발 등 다수의 프로젝트 수행.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에서 프로젝트 관리론 강의.

 1.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오늘날 프로젝트(Project)는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듣게 되는 용어이다.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건설과 같은 대규모의 장기 건설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연말 무렵 집중적으로 발주되는 중소규모의 각종 사업에 이르기까지 이름 뒤에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붙여서 쓰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IT분야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2000년대 초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거의 전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는 대규모의「차세대 정보시스템 개발」사업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으며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이나 품질관리시스템(QMS) 구축과 같이 비교적 단기간의 일정으로 수행되는 사업에도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의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 프로젝트는 조직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되고 있다. 일본인 작가 야마자키 다쿠미는 <인생의 프로젝트>란 그의 저서에서 “인생은 하나의 프로젝트다!”라고 정의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이토추 상사, NTT 도코모, JR 등 일본의 대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관리 기법을 개인의 일생에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월등히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조직과 개인을 막론하고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즐겨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것은 바로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유일성(Unique)과 한시성(Temporary) 및 목표 지향적(Object- Oriented)인 특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관리 분야의 국제표준을 제공하고 있는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는 프로젝트를“유일한 제품·서비스 또는 결과를 창출하기 위하여 수행하는 한시적 활동”이라고 정의함으로써 프로젝트의 특징을 유일성과 한시성으로 요약하고 있다.


  모든 산업분야를 망라한 국제 표준을 제정하고 있는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한걸음 더 나아가 프로젝트를 “시간, 비용 및 자원이 제약된 상태에서 특정의 요구사항에 적합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시작일과 종료일을 정해 놓고 수행되는 일련의 조정 및 통제 활동으로 구성된 유일한 프로세스”라고 정의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유일성과 한시성 외에 목표 지향적인 특징을 보다 더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2. 프로젝트의 주요 특징

 가. 프로젝트는 유일하다

  프로젝트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유일성이란 당해 프로젝트에서 만들어 낸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결과물이 다른 프로젝트의 그 것들과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봐서는 분별하기 어려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있듯이 비슷한 유형의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그 규모나 투입되는 인적, 물적 자원을 비교해 보면 무언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개별 프로젝트는 저마다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유일성의 특징을 강조하는 이유는 각각의 프로젝트가 저마다 독특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법 또한 적절하게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나. 프로젝트는 한시적이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인 한시성은 모든 프로젝트가 분명한 시작일과 종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할 뿐 기간의 장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하여 1882년 착공한 스페인의 성파밀리에 성당의 경우 아직까지 건축이 진행되고 있고 완공되기까지 앞으로도 100여년은 족히 걸린다고 하는 점에서 200년 이상의 초장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들이 그룹을 형성하여 학기 중에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처럼 기껏해야 1-2개월 이내에 완료되는 프로젝트도 얼마든지 있다.   


  한시성과 관련하여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프로젝트 수행기간 자체가 한시적이라는 의미일 뿐 프로젝트 수행 결과로 창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한시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오히려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결과물의 지속성 정도가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판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한편 시작일과 종료일이 분명하게 정해지는 것은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관점에서 일정(日程)을 제약하는 요소가 된다. 계획상의 종료일 이내에 완료되지 못한 프로젝트는 아무리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할지라도 성공한 프로젝트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정제약은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활동의 수행여부를 의미하는 범위(範圍)제약 및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비용 이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의미하는 원가(原價)제약과 더불어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3대 제약조건이 된다.


 다. 프로젝트는 목표 지향적이다

  프로젝트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지상최대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다. 즉, 임의의 프로젝트가 계획된 결과물을 산출하여 발주자 또는 스폰서에게 인도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수행 과정이 아무리 훌륭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프로젝트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프로젝트에 대비되는 개념인 일상 운영((On-Going Operations)은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일상적인 운영의 경우는 비록 주어진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할지라도 비즈니스의 중단을 초래하는 결정적인 문제가 없다면 실패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는다. 또한 비즈니스의 계속이라는 관점에서 안정성을 가장 우선시 하며 수행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와 일상운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모든 과정이 사람 또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또한 양자 모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의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경영의 기본 개념인 계획(Plan)-실행(Do)-통제(See)라는 생애주기를 가지고 수행된다는 점 또한 동일하다.

 <그림> 프로젝트와 일상운영의 차이점과 공통점

 프로젝트_일상운영의 차이.JPG

 
3. 프로젝트의 상위 개념

가. 프로그램(Program)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목록, 순서, 예정, 계획표, 방송이나 연예의 종목”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정보기술의 관점에서는 “컴퓨터에 자료처리 작업을 지시하기 위하여 기계어 또는 그것과 대응하는 언어로 정밀하게 작성한 것”으로 정의된다. 이처럼 프로그램은 비교적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프로그램이란 “상호 관련된 프로젝트들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보다는 상위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대형 SI(System Integration)기업을 예로 들어 보면 공공, 금융, 제조, 통신, 건설, 물류 등 업종별로 구성된 사업부서에서 비슷한 성격의 프로젝트들을 하나로 묶은 것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여러 프로젝트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것은  각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관리해서는 얻을 수 없는 편익을 통합적 관리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이점(利點) 때문이다. 이 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그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있는 인적 또는 물적 자원이 풀가동 될 때도 있지만 여유 자원이 생길 때도 있다.

이 경우 유휴자원을 프로그램 차원에서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하게 되면 자원의 낭비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하나의 프로그램 내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통일된 체계로 관리한다거나 표준화 된 템플릿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프로그램 차원의 관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Project Portfolio)

  포트폴리오의 본래 의미는 “서류가방 또는 자료 수집철”이지만 요즈음은 투자이론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는 “보유하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 일람표”로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은 투자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자산을 분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개념은 프로젝트관리에서도 원용(援用)되고 있는데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의 제약 하에서 수행할 프로젝트 또는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직의 전략적 관점에서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모아 놓은 것”을 뜻한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포트폴리오에 속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반드시 상호 관련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통합에 따른 효율화를 꾀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림>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계층 구조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계층 구조.JPG  

 
  한편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이 당해 프로젝트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Do the Project Rightly)이라면 포트폴리오 관리의 목적은 올바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Do the Right Project)이다. 다시 말해서 “포트폴리오 관리란 조직의 전략적 목표에 최대한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 들 프로젝트의 진척상황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일련의 활동”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조직의 ROI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자원을 프로젝트에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대기업 등에서는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라고 하는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PMO는 일반적으로 상호 연관된 프로젝트들이나 프로젝트 그룹의 관리 및 조정, 프로젝트 간의 우선순위 검토, 프로젝트 목표와 조직 목표의 일체화, 프로젝트 관련 교육 실시 및 표준 개발, 프로젝트 투입 자원의 관리 등을 주요 직무로 한다.

4. 프로젝트의 역사

  유사 이래로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프로젝트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오면서 인류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기원전에 축조된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은 그 당시 프로젝트라는 개념 하에서 관리되고 건설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그 규모의 장대함이나 사용된 공법의 세밀함 등으로 볼 때 현대적 의미의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반 백성이 다 함께 쓸 수 있는 글자가 있어야 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나 정조대왕 시절 10년간의 계획을 거쳐 33개월 동안 시공한 수원화성 등이 프로젝트의 개념이 도입되기 이전의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겠다. 더욱이 수원화성의 경우 <화성성역의궤>라는 1,334쪽에 달하는 건설기록을 남김으로써 오늘날의 여느 프로젝트 기록보다 훨씬 더 세밀함을 보여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근대적 의미의 프로젝트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친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일어나고 이에 따른 운·배송 및 저장 등을 위한 대규모 시스템들의 개발이 필요해짐에 따라 그 골격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프로젝트관리 기반이 형성된 것은 1900년대 들어와서라고 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과 그 후의 냉전시대 도래로 핵무기 개발(일명 맨해튼 프로젝트)이나 우주개발(일명 아폴로 프로젝트)프로젝트가 본격화 되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PERT(Program Evaluation and Review Techniques)나 CPM(Critical Path Method)과 같은 프로젝트 관리기법이 개발되었다.


  1970∼80년대에는 경영과학의 발전과 PC의 출현으로 인한 프로젝트 관리 도구의 발전으로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됨에 따라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와 같은 기업 내의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2000년대에 들어 와서는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 목적으로 인체의 모든 유전정보를 해독하기 위한 게놈(Genome)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각종 생체공학 프로젝트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있었던 극적인 프로젝트는 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서 일어난 붕괴사고 후의 광부 구출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 지하 700m에 매몰돼 있던 33명의 광부 전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69일 간의 프로젝트야 말로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진수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 세계가 한 마음으로 성공을 기원한 것은 물론 구조용 캡슐 이용이라는 기지가 발휘되기도 했다. 또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우르수아 반장의 통솔력 및 마지막으로 구조되는 모습 속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조만간 영화화 된다고 하니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하다.

<20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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