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정신의학ㅣ영화 '그녀'를 통해 본 혁신적인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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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정신의학ㅣ영화 '그녀'를 통해 본 혁신적인 치료법
  • 김준석
  • 승인 2024.07.09 10:11
  • 조회수 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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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작 영화 ‘그녀(Her)’는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는 인공지능기술을 선보였다. 감독 스파이크 존스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사람과 인공지능 간에 느끼는 흥미로운 감정을 고스란히 시나리오에 담았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 대필 작가로 아내와 별거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마음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인공지능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인공지능과 나눈 대화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반복되는 부정적 패턴을 깨닫고 통찰을 얻게 된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와 화해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사만다’와 이별한다.

과학으로 본 정신의학
정신을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년 전이다. 정신질환자들은 귀신 들린 사람으로 여겨졌고 최초의 근대 의약품인 ‘모르핀’이 개발된 한참 후에야 최초의 정신질환 약물인 ‘클로르포로마진’이 1953년에 발명되었다. 과학적 측면에서 정신의학 발전이 더딘 이유는 일반적으로 의학은 문제의 기전을 규명해 그에 따라 기전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정신 질환인 우울증만 봐도 ‘우울하다’는 증상을 단일 개념으로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세포 내 신호 전달, 환경, 기질 등 우울증 원인 관련 연구가 아직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울증을 정량적으로 진단하는 방법은 여전히 없으며 통상 면담을 통해 임상가가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신의학의 인공지능 활용 분야
2016년 역학조사에 의하면 일반인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에 이른다고 한다. 성인 4명중 1명은 평생 한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이다. 정신질환에서 인간의 사고, 행동, 감정 등의 현상은 보여지는 것일 뿐이고 인지기능의 장애, 뇌의 신경 연결성, 단백질의 변화, 유전적인 영향 등이 기저에 숨어 있다. 정신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인공지능 활용이 유효한 이유는 정신의학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데 탁월한 강점이 있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신증상 관계 모식도
정신증상 관계 모식도

 

다음은 인공지능이 정신의학에서 활용될 수 있는 몇가지 분야를 살펴보고자 한다.

1)진단적 분류
정신의학 측면에서 진단과 관련한 인공지능의 대표적 접근은 크게 2가지 이다. 첫번째는 인지기능 및 감정상태의 측정이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선도 기업은 ‘마인드 스트롱’이다. 스마트폰을 쓰는 행동 패턴을 수집해서 인지기능과 감정상태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연구에 따르면 마인드스트롱의 알고리즘 결과는 실제 언어 능력, 불안, 죄책감, 우울 등 정서 증상에 대해서 기존의 검사 방법과 모든 영역에서 상당히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마인드스트롱의 알고리즘은 성별, 연령 등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는 등의 사용 패턴만 가지고 나의 인지관련 모든 영역에서 상당히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다만, 마인드스트롱이 현재 선보인 서비스는 이와 같은 진단에 기반한 원격 심리 상담과 원격 진료로 제한된다. 

두번째는 생물학적 변화와 정신증상과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면, 조현병으로 진단한 환자군들이라 하더라도 뇌의 생물학적 변화는 실로 다양하다. 어떤 조현병은 신경전달 물질이 증가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반면 감소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단일한 방법으로 조현병을 진단 및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음을 말한다. 이에 따라 뇌영상술을 통한 구조적, 기능적, 인지기능의 변화, 혈액 내 여러 대사물질 등 다차원 변수간의 상관관계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판독, 분류 및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질환 역시 딥러닝을 사용해 해마와 전측두엽에 위축패턴을 추출하고 이미지 특성을 계산하여 진행 상태를 예측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진단
인공지능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진단

 

2)치료방법의 선택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울증은 진단이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 일반의가 우울증을 정확하게 발견하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단일 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 증상, 설문지 및 임상 관찰을 사용한다. 어떤 사람은 더 많이 잠을 잘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슬프거나 짜증을 느낄 수 있다. 우울증으로 정확하게 진단된 사람들에게는 대화요법, 약물치료, 생활 습관 변화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다. 하지만,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미리 알 수가 없다. 최근 ChatGPT 진단 및 의료 권장사항을 실제 의사의 권장사항과 비교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다양한 우울증 심각도, 성별, 사회 경제적 지위를 지닌 가상의 환자에 대해 정보가 제공되었을 때 ChatGPT는 대부분 대화 요법을 권장했다. 이는 의사들이 통계적으로 환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항우울제를 과잉 처방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음을 내포한다.
 

경증 우울증에 대한 치료 전략
경증 우울증에 대한 치료 전략

 

위의 결과는 ChatGPT 및 유사한 인공지능 기술 모델은 일반적으로 정신 건강 치료에 대해 새로운 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의료인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성 편견과 생산직 근로자에게 불균형적인 약물 치료의 편견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공지능을 통하여 각각의 치료방법에 적합한 환자를 미리 분류할 수 있다면 소위 개인 맞춤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3)정신건강 위험 예측
예측을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되려면 조기에 예측이 필요한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정신 건강에서 가장 큰 니즈가 있는 분야가 바로 자살이다.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통계에 정부가 자살문제에 대한 정책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자살을 부르는 인과관계는 개인적, 가정적, 경제적 요인이 모두 결합한 사례가 많다고 진단한다. 미국 사우스 케롤라이나 의과대학 연구팀은 자살위험 환자를 식별하는 인공지능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다듬은 성과로 유명하다. 이 연구팀은 코드화된 데이터로 이루어진 전자건강기록(EHR)을 기반으로 자살위험을 예측하기 위한 최신 인공지능모델을 만들었다. 딥러닝의 일환인 신경망(CNN)이 EHR에 제공되는 대규모 데이터셋을 분석해 미묘한 정보를 추출하여 98.5%의 정확도로 자살 위험에 처한 환자를 식별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환자의 말에서 드러나는 언어적 내용 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진동, 진폭, 공명, 침묵하는 길이 등 미세한 관찰과 해석이 필요한 비언어적 요소도 인공지능의 주요 분석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예시로 최근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자살을 중계하거나 동반 자살할 사람을 모집하는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본인의 자살을 생중계하는 포스트를 미리 찾아내고 언어사용을 분석해,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가 운영중인 것도 위험 예측을 통한 예방치료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
정신의학에서 진단 및 예방 측면 외에 인공지능의 활용은 정신질환의 디지털 치료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는 챗봇 등을 통해 정서적 지지와 도움을 제공하는 인지행동치료, 개인 생채신호를 감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예방적 치료,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반의 가상 치료 등으로 구분된다. 
생채신호 감지의 대표적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로는 첫번째 FDA의 승인을 받은 리조인(Rejoyn) 앱이다. 리조인은 앱 화면에 나타나는 환자의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식별하도록 요청하는 EFMT(Emotional Face Memory Test)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과거 환자의 유사한 부정적 감정 표정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식별해 낸다. 치료를 위해 개인별 뇌를 위한 감정 훈련 운동, 치료 수업, 앱 사용 장려 문자 메세지를 결합하여 기분조절을 향상시키는 6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앱은 정신과 의사 면담, 항우울제 외에 손바닥에 있는 장치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우울증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여겨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심리적 질환이다. VR을 이용한 첫 디지털 치료제도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진이 개발한 ‘버추얼 베트남(Virtual Vietnam)’이었다. 베트남 전투 현장을 구현한 VR로 두려움에 대한 환자의 행동을 점진적으로 변화 시킴으로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한다. PTSD 치료에서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반응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적합한 치료환경을 구성하는데 기여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부작용 또한 적다. 우울증 뿐만 아니라 불안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공황 장애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 분야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정신의학의 미래
정신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기대만큼 한계도 존재한다. 아직까지 여러가지 측면에서 보완될 부분이 많다는 의미이다. 특히, 정신질환의 진단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가령 다면적인성검사(MMPI)의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우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우울증, 조울증, 일반인을 구별해 낼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더니 임상의사가 내린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도 있다. 이는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람과 사람, 즉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인간적 상호작용이 정신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이를 따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면에 환자들이 더 솔직하게 정신과 의사보다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점은 강점이다.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향후 자신을 대체해 버릴지 모른다는 정신의학 의사들의 공포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래의 정신의학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웨어러블 기기와의 접목이 예상된다. 정신질환은 한순간 발병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된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체신호와 행동 자료를 측정하고 관찰된다면 정신의학 측면의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개인의 행동패턴을 분석하는 일이다. 스마트 폰 사용하는 속도, 패턴, 실수, 내용 등 모든 행동패턴은 뇌기능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의 분석을 통해 정신질환을 예측하는 분야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진다. 미래의 정신 질환 치료는 디지털 헬스에 근접할 것으로 보여지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이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넌 나에게 늘 진짜야’ 영화 ‘Her’에서 주인공이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한 대사이다. 정신의학은 인간의 정신세계와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다. ‘신경전달물질’, ‘단백질 합성’과  같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도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교감을 통해 치유하는 부분도 여전히 중요한 영역이다. 인공지능이 독립적인 주체로서 스스로 사고하고 인간과 소통하는지는 철학적인 영역이라 생각된다. 여러가지 논쟁이 있지만 멀지 않아 인공지능이 사람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며 세상을 같이하는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정신의학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이 사람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고 행복도 증가에 더 큰 기여를 해 주길 기대해 본다.

 

 


[참조문헌]
https://medigatenews.com/news/3840976593
(진단에서 처방까지, 인공지능과 마주할 정신건강의학의 미래)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146
(정신건강 위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과 정신의학 (권순주, 서울대학교 정신과학 뇌인지과학 교수)
https://www.인공지능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846
(극단적 선택을 마음에 품은 사람을 미리 알아내는 인공지능)
https://theconversation.com/인공지능-can-already-diagnose-depression-better-than-a-doctor-and-tell-you-which-treatment-is-best-211420
(인공지능 can already diagnose depression better than a doctor and tell you which treatment is best)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713
(Her 인공지능의 시대, 정신과 의사의 정체성)
우울증·불안장애·ADHD도 AI로 치료한다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medicine-health/2024/06/10/ECDTES4HNBAUDG64ZPID2ZDL2U/?utm_source=naver&ut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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